미국 연방 하원의원 시절 일본 정부를 향해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라”고 요구했던 정치인 블레이크 패런톨드가 6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1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패런톨드는 전날 고향인 텍사스주(州) 코퍼스 크리스티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그는 오랫동안 간과 심장 질환을 앓아 왔으며, 직접적인 사인은 심장마비인 것으로 전해졌다.

패런톨드는 1961년 12월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에서 벨기에 출신 이민자의 후손으로 태어났다. 그는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 대학교에서 방송학을 공부했으며, 학부 졸업 후에는 샌안토니오에 있는 세인트 메리 대학교 로스쿨로 진학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대학생 시절 라디오 DJ였던 그는 변호사가 된 뒤 로펌에서 일함과 동시에 보수 성향의 라디오 정치 토크쇼 진행자로도 활동했다.
패런톨드는 2010년 공화당 후보로 텍사스 지역구의 연방 하원의원에 출마하는 것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생애 첫번째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을 불과 799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된 그는 이듬해인 2011년 1월부터 의정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16년 총선까지 내리 4선을 기록하며 중앙 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5년 4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했다. 아베 총리의 일정에는 의회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의 연설도 포함됐다. 마침 그해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및 군국주의 일본 패전 70주년이었다. 이에 민주당 소속인 일본계 마이크 혼다(84) 하원의원을 중심으로 ‘일본 정상이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커졌고, 여기에 야당인 공화당 의원 일부도 가세하며 초당적 움직임으로 확산했다.

결국 여야 의원 25명은 아베 총리의 미국 도착 사흘 전인 2015년 4월23일 주미 일본 대사관을 통해 아베 총리 측에 연판장을 전달했다. 해당 연판장에는 “아베 총리가 워싱턴 방문이라는 중요한 계기를 활용해 치유와 화해의 비전을 갖고 주변국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미래 지향적 협력으로 나아가길 강력히 희망한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패런톨드를 비롯해 공화당 의원 8명이 연판장에 이름을 올렸다.
2016년 미 대선 당시 패런톨드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강력히 지지했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트럼프가 이듬해인 2017년 대통령으로 취임해 이슬람 국가 시민들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자 그는 “외국인의 미국 입국 허용에는 신중해야 한다”며 거들고 나섰다.
다만 패런톨드의 정치 인생 말년은 아름답지 못했다. 2017년 과거 패런톨드의 보좌관으로 일했던 여성이 그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패런톨드는 의혹을 부인하며 거액의 비용을 들여 소송전에 나섰으나 결국 “2018년 11월 총선에 도전하지 않겠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그는 2018년 4월 의원직을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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