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성수공고 폐교부지에 공립 특수학교 ‘성진학교’를 설립하는 계획이 인근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는 모습이다. 서울시교육청이 21일 ‘성진학교(가칭) 설립 주민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예고하자, 인근 한강변을 따라 재개발 호재를 안고 있는 일부 주민들이 반대하며 집회를 신고했다. 특수학교를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혐오 시설’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함께 주민 반발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20일 서울특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21일 오전 10시 경일고등학교에서 특수학교인 ‘성진학교 설립 주민 설명회’가 개최된다. 이번 설명회는 △특수학교 설립의 배경과 필요성 △학교 설립 계획 △지역사회와의 연계 방안 등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통한 소통으로 주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지역사회와 함께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성진학교는 202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일부 주민들이 설명회 당일 집회 신고를 하면서 반발이 예상된다. 성진학교가 설립될 부지 밑으로는 대규모 재개발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성수전략정비구역(1∼4지구)이 있는데, 정비구역 2지구에서 설명회가 열리는 경일고 정문 앞으로 집회를 신고한 것이다. 설명회와 집회가 겹쳐 충돌 등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성수동1가 일원에 4개 지구로 대지면적 53만399㎡에 총 55개 동, 9428가구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으로, 최근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근에 특수학교 설립이 추진되면서 혐오 시설이라는 인식과 함께 집값 하락을 우려로 주민들이 반대하는 분위기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13년 서울 강서구에 공립 특수학교 ‘서진학교’를 세우겠다고 발표했을 때도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난항을 거듭하다 2017년 9월 주민 토론회에서 장애 아이를 둔 학부모가 무릎을 꿇고 호소하는 일이 알려지면서 긍정적인 여론과 함께 2020년 서진학교가 개교했다. 실제 서진학교가 문을 연 뒤 인근 동네는 당초 주민들이 우려했던 집값 하락 등의 일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는 학생 수는 매년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서울 내 특수교육대상 학생은 총 1만 4546명이다. 이 중 31.1%인 4531명만이 특수학교에 재학하고 있다. 현재 △중구 △용산구 △성동구 △동대문구 △중랑구 △양천구 △금천구 △영등포구 등 서울 8개 자치구에는 특수학교가 없어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은 원거리 통학, 과밀학급·일반학급 배치, 취학유예 등의 문제를 떠안고 있다.
특히 지체장애 특수학교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동구, 관악구, 구로구, 노원구, 마포구, 서대문구, 서초구 등 7개 자치구에만 편중돼 있어 동북권역의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성진학교에 총 22학급 규모로 설립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성수공고 폐교부지는 분할해 성진학교와 공공도서관, 생활체육시설 등 지역사회 연계시설로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체육관과 지하주차장은 서울시교육청의 학교 운영 모델인 ‘지역사회 공유학교’와 연계해 적극적으로 개방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특수학교는 모든 아이들 차별 없이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적 기반 시설”이라며 “이번 설명회를 시작으로 지역사회와 발전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해 나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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