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과 같은 더운 여름에도 추위를 느끼거나, 극심한 피로감에 몸이 붓고 체중이 느는 증상이 나타나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의심할 수 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해져 신진대사가 둔해지는 상태다.
세계일보가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청해 받은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 현황’을 보면, 2020년 60만8934명, 2021년 64만4104명, 2022년 66만1498명, 2023년 68만4529명, 2024년 69만8556명 등 매해 꾸준히 늘고 있다. 매해 10명 중 8명 이상이 여성 환자로 확인됐다.
병의 원인은 다양하다. 여성에게서 자주 보이는 ‘하시모토 갑상선염’은 자가면역 반응으로 갑상선을 손상시켜 기능 저하증으로 이어진다. 또 최근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환자가 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친다. 이 수술을 받으면 갑상선 호르몬이 떨어질 위험이 커서다. 이외 암 환자에게 쓰이는 표적 항암제도 저하증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송기호 건국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지난 1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령화 영향이 크다. 또,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이어지는 항암 치료제들이 많다”며 “특히 표적 항암제 중엔 갑상선이나 부신 기능을 떨어뜨리는 등 호르몬의 변화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갑상선은 목 앞쪽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내분비기관으로, 여기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체온 조절, 심박수 유지, 소화 작용, 피부 상태, 체중 변화 등 신진대사 거의 모든 기능에 관여한다. 이 기능이 떨어지면 △체중 증가 △피로감 △무기력함 △추위를 쉽게 타는 증상 △피부 건조 △탈모 △변비 △얼굴과 손발의 부종 △기억력 감퇴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송 교수는 “멍한 상태를 유지하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 인지 기능 장애가 나타나고, 심장에 물이 차기도 하며, 심한 사람은 혼수상태가 오기도 한다”며 “또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 심뇌혈관 질환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거나 단순한 피로로만 생각하기 쉬워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피검사를 통해 간단하게 알 수 있는 만큼,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진료를 빨리 받아보는 게 좋다.
치료는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대부분의 경우 약물 복용만으로도 증상 개선이 가능하다. 용량은 개인의 상태에 따라 조절되며, 주기적인 혈액 검사로 호르몬 수치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송 교수는 “아침 공복에 매일 한 알씩 먹는 게 좋다”며 “만약 하루 잊어버리고 못 먹었다면 다음날 2알을 먹는 방식으로 평생 복용하며 꾸준히 관리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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