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원·쓰쓰미, 예술감독 맡아
양국 각 세대 연주자들과 호흡
“음악 통해 따뜻한 미래 만들 것”
“이번 무대에는 베테랑뿐 아니라 젊은 연주자들이 함께했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 길을 열어두고 가능성을 보여줬죠. (두 나라의) 젊은 세대 간 연결고리가 퍼져가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이번 음악회였습니다.”(쓰쓰미 쓰요시·堤剛 일본 산토리홀 대표)

세계적 첼리스트 양성원 교수, 쓰쓰미 대표를 비롯해 양국의 각 세대를 대표하는 클래식 연주자들이 호흡을 맞춘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공연 ‘조화의 울림’이 17일 주일 한국문화원 주관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연장인 도쿄 산토리홀에서 열렸다. 공연은 양국 피아니스트가 마주 본 두 대의 피아노 앞에 앉아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연주하면서 시작돼 2시간여 동안 객석을 메운 청중에게 ‘우정의 선율’을 선사했다.
이번 공연 예술감독을 맡은 양 교수와 쓰쓰미 대표는 헝가리 출신 첼로 거장 야노스 슈타커의 제자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양 교수는 한국특파원들과 만나 “공연 의뢰를 받고 제 25년 선배인 쓰쓰미 선생님께 공동 예술감독을 부탁드렸고, 젊은 연주자들을 많이 참여시키기로 뜻을 모았다”며 “지난 60년을 기념하면서 앞으로 60년, 나아가 120년 더 밝은 미래를 쌓아 나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이날 무대에서는 서양 음악에 국악적 요소를 더해 ‘클래식 한류’를 주도하는 작곡가 김택수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가 쓴 피아노 5중주곡 ‘인터-인트라’(Inter-Intra)가 첫선을 보였다. 9분가량 연주가 이어지는 동안 한국 민요 ‘도라지타령’과 일본 노래 ‘하마베노우타(해변의 노래)’ 선율이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 아베 도시코 문부과학상·나가타니 겐 방위상 등을 비롯한 양국 청중으로 가득 찬 객석을 휘감았다. 쓰쓰미 대표는 공연 후 서면 인터뷰에서 “좋은 의미로 자극적이었다”며 “호소카와 도시오가 스승 윤이상을 추모하며 쓴 곡의 연주(가 뒤에 이어진 것)도 그렇고, 이번 음악회의 의의를 깊게 했다”고 평가했다.
총 16개팀이 무대에 오른 이번 공연에는 2022년 도쿄 국제 비올라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박하양과 한국 1명·일본 3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콰르텟 인테그라’도 함께했다. 이들은 양 교수, 쓰쓰미 대표 등과 함께 멘델스존의 현악 8중주를 협연하며 이번 공연 피날레를 장식했다. 양 교수는 “연주자들이 서로의 음(音)을 경청하면서 뒷받침해 주고, 때로는 메인 연주를 담당하면서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 양국 정부나 국민 차원에서도 이뤄지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초빙교수이기도 한 쓰쓰미 대표는 “약 10년간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오히려 내가 배울 점이 많았다. 인간으로서 폭을 넓히는 계기도 됐다”며 “가장 가까운 나라이면서 매우 비슷하기도 매우 다르기도 한 양국이 서로 배우고 도우면서 예술계 발전을 이루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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