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0조원대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당정은 어제 정책협의회에서 경기·민생회복을 위해 1, 2차 추경 규모를 35조원 수준으로 합의했다. 지난달 편성된 1차 추경이 13조8000억원이어서 2차 추경은 21조∼22조원에 이를 듯하다. 김병기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위기 상황에서는 확장재정이 기본”이라며 과감한 추경편성을 주문했다. 대내외 악재로 경제가 벼랑에 몰리고 국민 고통도 커진 상황에서 2차 추경편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추경안이 돈 풀기 성격이 짙은 사업들로 채워져 마중물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혈세만 축내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핵심사업인 민생회복지원금은 전 국민에 지급하되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40만원, 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 30만원, 나머지 국민 15만원을 지급하고 추후 소득 상위 10%를 뺀 국민에게 10만원을 더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발행예산도 포함됐다. 이런 현금 살포 사업은 경기진작 효과가 미미하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정부소비·투자의 재정 승수가 0.8∼0.9 수준이고 이전지출은 0.33에 그친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나 상품조달 등에 지출하면 100원으로 80∼90원의 효과를 내지만 현금성 복지는 33원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번 추경에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빚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담긴다. 코로나19 때 기한을 연장했던 소상공인 대출 50조원가량이 3개월 후 만기도래하는데 이 중 10년 이상 된 대출 5000만∼1억원을 소각하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대출자와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빚 갚는 사람만 바보’라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 정부는 채무조정안을 정교하게 설계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현금 퍼주기와 빚 탕감이 되풀이되면 나라 곳간은 거덜이 날 게 뻔하다. 최근 2년간 87조원의 세수펑크가 난 데 이어 올해도 40조원의 세수 공백이 우려된다. 지난해 1175조원이던 국가채무도 2차 추경까지 합칠 경우 13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과도한 나랏빚은 물가앙등과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2차 추경은 필요하지만, 기존 예산을 다시 조정하고 적자 국채발행도 가급적 줄일 필요가 있다. 고통스럽더라도 경제체질을 튼튼히 하는 구조개혁도 병행해야 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