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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주혜 “김지하·박노해 시인의 삶 보며… 내 속에 한국적 DNA 깨달아”

입력 : 2025-06-17 21:00:00 수정 : 2025-06-17 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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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톨스토이문학상 작가 김주혜

‘밤새들의 도시’ 한국어판 출간
한국어만의 운율 전달하기 위해
두 달간 머리 싸매고 직접 번역

“9살 때 이민 후 美·英서 살았지만
언제나 한국인 소설가라고 생각”

“저는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단 한 번도 제가 미국인 소설가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저는 러시아 문학의 영향을 받은 한국 소설가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점을 더 잘 알게 돼요.”

데뷔작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로 지난해 러시아 톨스토이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을 수상한 김주혜(38) 작가는 신간 ‘밤새들의 도시’(다산북스)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17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1987년생으로 9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뒤 현재 영국 런던에 사는 작가는 유창한 한국어로 인터뷰했다.

지난해 톨스토이문학상을 받은 김주혜 작가가 17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열린 신작 ‘밤새들의 도시’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은 땅의 야수들’에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자신의 뿌리를 추적해 식민지 조선을 배경으로 한 사랑과 생존본능, 욕망을 그린 작가의 두 번째 소설 주제는 ‘예술과 인간’이다. ‘밤새들의 도시’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서 부상을 입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가는 전설적인 발레리나 나탈리아 레오노바의 이야기를 그렸다. 나탈리아가 부서진 육체와 찢긴 자존감을 안고 다시 무대 위에 서는 과정을 통해 예술이 인간에게 주는 구원과 대가를 그려냈다. 9세 때부터 발레를 익힌 아마추어 댄서인 저자의 경험과 예술에 대한 사랑이 녹아있는 책이다.

한국적인 소재에 천착했던 전작과 달리 러시아 발레에 대한 소설을 발표한 그는 그럼에도 “내게 (예술가로서) 본보기가 된 건 한국의 지성인들”이라며 “한국의 예술인은 예로부터 사회적 실천에 앞장섰고, 한 예술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 지성인의 면모를 갖추었다”고 했다. 그는 “예술과 사회적 실천을 병행한 김지하 시인, 박노해 시인 등의 모습을 보며 ‘내가 왜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며 “아마도 이런 건 피나 DNA(의 문제)라고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어로 쓴 소설을 양질의 한국어 번역본으로 출간하기 위해 작가가 직접 머리를 싸매기도 했다. “약 두 달간 단 하루도 휴일 없이 매일 번역 검토를 했어요. 번역자가 훌륭한 번역을 해주셨지만 거기에 제가 생각하는 한국어만의 운율과 아름다움을 사유한 표현들을 더 가미하기 위해 한 글자 한 글자, 표현 하나하나에 굉장히 신경을 썼습니다.”

예컨대 타오르는 불꽃과 춤을 묘사하기 위해 의태어 ‘훨훨’이라는 단어를 번역에 집어넣은 식이다.

그는 “이 책은 전쟁과 기아 등 인류가 맞이한 이토록 큰 위기의 시대에 어떻게 순수 예술을 하면서 떳떳하게 살 수 있는지, 나 자신을 위한 답을 찾는 과정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작은 땅의 야수들’을 써서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는데, 결국 예술은 보편적인 겁니다. 러시아 발레에 관한 이야기를 쓴 이 책도 한국 독자분들께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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