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불발됐다. 이 대통령은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초청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 중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조기 귀국으로 17일(이하 현지시간)로 예정됐던 정상회담이 무산되고 말았다. 취임 12일 만에 외교무대에 데뷔한 이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트럼프와 처음 대면해 인간적인 신뢰를 쌓고, 시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관세 협상의 추동력을 높일 계획이었던 만큼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실은 가장 빠른 다음 계기를 찾아 한·미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통상 문제와 더불어 주한미군 재배치 및 방위비 분담금 등 시급한 현안을 둘러싼 공감대를 하루빨리 형성해야 하는 만큼 서두르는 게 좋다. 미국은 당분간 이스라엘·이란 전쟁 종식, 이란과의 핵 합의 등 중동 문제에 외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정상회담의 조속한 재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4,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초청을 받은 이 대통령도 참석에 무게를 싣고 있어, 나토 정상회의 기간에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외교 당국은 만반의 준비를 해주길 바란다.
한·미 정상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만난다면 관세 협상 시한인 7월 8일을 코앞에 두고 대면하게 된다. 현재 실무급·장관급 협상을 진행 중인 양국이 큰 틀에서 어느 정도 합의에 근접할 시점이다. 미국의 산업 부흥과 중국 견제를 목표로 한 트럼프를 설득할 보다 정교한 전략을 준비해놔야 국익을 최대한 지킬 수 있다. 주한 미군 일부의 재배치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등 ‘안보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G7 정상회의 첫날인 16일 개최국인 캐나다와 영국, 일본, 유럽연합(EU)은 트럼프 대통령과 연쇄 양자 회담을 가졌다. 영국이 지난달 미국과 합의한 무역 협정에 서명하고, 캐나다가 향후 30일 내 합의를 추진하기로 한 것을 빼면 나머지는 관세 협상에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대미 투자 확대 방침을 밝혔으나 자동차 관세 인하 폭 등에선 이견만 확인했다는 후문이다.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트럼프를 상대로는 줄 건 주고 취할 건 취하는 실용적인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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