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도 참여
티켓 매진에 주최 측, 홈페이지에 사과문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18일부터 22일까지 닷새간 열리는 ‘2025 서울국제도서전’이 북토크 프로그램 매진 등으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출판·문화계에 따르면 이번 도서전에는 총 17개국에서 534개 출판 관련 단체와 출판사가 참여한다. 국내를 대표하는 당대의 문인뿐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찬욱 감독, 이세돌 전 프로바둑기사 그리고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이 찾아 관람객들을 만난다. 문 전 대통령은 18일 오후 5시에 열리는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시상식’에 참여해 축사할 예정인데, 이튿날에는 평산책방이 진행하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올해의 도서전 주제는 ‘믿을 구석’이다.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세계 정치의 혼돈은 깊어지며 인공지능(AI)의 급습과 자연재해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살기 쉽지 않은 현실에서 각자의 믿을만한 구석을 찾아본다는 게 도서전 취지다. 주최 측인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믿을 구석’은 곁에 있는 누군가일 수도, 내가 그려가야 할 무언가일 수도, 혹은 아직 오지 않은 미지의 것일 수도 있다”며 “우리 모두의 ‘믿을 구석’을 담아 도서전 공식 포스터에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도서전을 찾는 관람객들의 관심은 주요 인사들의 강연 프로그램 매진으로 이어졌다.
과학 유튜버 ‘궤도’와 이세돌 전 프로바둑기사가 연사로 나서는 20일 ‘인공지능의 미래’ 북토크는 관람 인원 80명 신청이 일찌감치 마감됐고, 영화 ‘어쩔 수가 없다’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승선이 유력한 박찬욱 감독이 문학평론가 신형철과 함께 같은 날 진행하는 ‘박찬욱 감독의 믿을 구석’도 40명 관람객 인원을 채웠다. 박 감독은 소설에서 자주 영감을 받곤 하는데, 영감의 산실인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이 참여하는 22일 ‘어른 김장하의 씨앗’ 북토크도 정원(80명)을 채웠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도서전이지만 주최 측의 미숙한 진행 등을 향한 비판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도서전 입장권이 조기매진 돼 현장 매매를 선호하는 관람객들은 행사에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돼서다. 다만 미취학 아동, 장애인, 국가유공자, 만 65세 이상인 관람객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입장권은 얼리버드 단계에서 매진됐다. 얼리버드는 할인을 통해 독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제도로 일종의 예매에 해당한다.

주최 측은 공식 홈페이지에 띄운 사과문에서 “현장에서 구매할 것으로 생각할 독자가 계실 것이라 짐작하지 못했다”며, “실내 행사인 만큼 수용 가능한 인원을 고려해 판매 중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발매된 입장권만으로도 도서전 기간 내내 상당히 혼잡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안전요원을 미리 확보하고 최선의 관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도서전을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발생한 논란도 있다. ‘주식회사 서울국제도서전’은 지난해 설립됐으며 올해 처음으로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함께 도서전을 공동 주최한다. 출판단체들은 주식회사 설립 과정에서 주주명부 공개, 공청회 등 투명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몇몇 법인과 개인이 지분을 독점했다며 비판에 나선 상황이다. 도서전 지분은 대한출판문화협회, ㈜사회평론, ㈜노원문고가 각각 30%씩 보유한다.
도서전의 주식회사화를 반대하는 ‘독서생태계 공공성 연대’는 개막일 코엑스의 동편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은 서울국제도서전의 ‘영리화’, ‘주식회사화’, ‘사유화’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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