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압색’ 실효성 의문…“서류 갖췄을 것”
끼임사고 진상 규명 가속…다양한 의혹들 수사
지난달 19일 50대 여성 근로자 사망사고가 일어난 SPC삼립 시화공장에 대해 수사당국이 29일 만에 강제수사를 벌였다. 이례적 늑장 영장 발부와 집행에 노동계에선 강제수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기 시흥경찰서와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17일 서울시 서초구 SPC삼립 본사와 시흥시에 있는 시화공장의 사무실 등 12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과 노동부는 수사관과 근로감독관 등 80여명을 투입해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물 확보에 주력했다. 사고가 발생한 크림빵 생산라인의 공정 전반과 작업 절차, 사고 예방 조치 등 안전·보건에 관한 서류 및 전자정보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노동부가 중처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의 사무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노동부는 향후 압수물 분석을 통해 사고의 진상을 파악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입장문에서 “윤활유 도포 등 기계정비 작업 시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행됐는지에 대해 자료 확보에 집중했다”며 “확보한 증거자료를 토대로 근로자 끼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기업의 안전·보건 관리 체계가 제대로 구축됐는지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SPC 계열사에서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가운데 이번 강제수사는 사고 발생일로부터 한 달 가까이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 수사당국은 압수수색 영장을 4차례나 청구한 뒤 13일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나흘 뒤인 이날 집행했다. 앞서 사고가 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지 않자 수사 공전을 두고 비판이 일었다.

수사당국은 강제수사 필요성이 있다며 영장을 반복해 청구했으나, 법원은 번번이 기각했다. 결국 수사당국은 재청구를 거듭하며 지적 사항을 보완했고, 이 과정에서 압수수색 범위를 이전보다 좁히고 대상물 역시 구체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이) 수사기관이 판단 근거로 삼는 서류를 갖춰 책임을 피해갈 논리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9일 오전 3시쯤 이 공장 크림빵 생산라인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스파이럴 냉각 컨베이어로 불리는 기계에 상반신이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경찰과 노동부는 사고 직후 현장 조사와 공장 관계자 진술 등을 바탕으로 해당 근로자가 컨베이어 벨트의 측면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중 참변을 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수사당국 외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관계기관이 참여해 합동 감식이 진행됐다. 이어 김 대표와 법인, 공장 관계자들을 형사 입건했다.
사고 당시 숨진 노동자가 윤활 작업에 사용한 용기가 인체에 유해한 공업용 절삭유 제품과 동일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경찰은 해당 용기와 내용물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금속 절삭유란 절삭 가공 작업을 할 때 공구와 절삭 작업 재료 간의 마찰열 발생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공업용 윤활유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함유한다.
SPC 측은 “제빵 공정에 사용하는 윤활유는 식품용 ‘푸드 그레이드 윤활유’로, 인체에 무해하다”고 해명했으나, 수사 결과에 따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도 수사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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