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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수놓은 수천장의 카드 …응원 넘어 거대한 예술이 되다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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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21 15:00:00 수정 : 2025-06-21 13: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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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붉은 악마’ 카드섹션

관중·선수 애국심 고취효과 ‘톡톡’
코로나 땐 ‘보고싶었습니다’ 새겨
북중미월드컵 평가전 준비 구슬땀

‘WE 대한’.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과 쿠웨이트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경기가 열린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4대 0 쾌승으로 본선 진출 자축포를 터뜨린 이날 ‘대한민국’ 응원 구호 외침마다 북측(N) 관중석 카드섹션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월드컵 본선 11회 연속 진출의 위대한 업적 달성과 대표팀을 응원하는 위대한 국민 의미로 풀이돼 관중에게는 벅찬 애국심을 선사했다.

지난 10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인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과 쿠웨이트의 경기를 앞두고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측(N) 관중석에 ‘WE 대한’ 카드섹션이 설치돼 있다. 붉은악마 제공

관중 한 명이 들 때는 한장의 종잇장에 불과하지만 여럿이 모이면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 붉은 종이와 흰 종이 수천장이 빚어내는 거대한 예술은 어떻게 탄생하는지 북중미 월드컵 개최 1년을 앞두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서포터 ‘붉은악마’ 조호태(42) 의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관중 7000명이 빚어낸 위대한 메시지

상대의 기를 누르고 한국 대표팀에게는 힘을 실어줘야 하는 만큼 카드섹션은 문구 선정이 무척 중요하다. 서울·인천·대전 등 주요 도시의 붉은악마 지부 회원 수십명이 카드섹션 문구 선정에 머리를 맞댄다. 이 과정에는 대한축구협회도 동참한다. 쿠웨이트전 카드섹션에는 A3 크기 종이 7000장이 투입됐다. 경기 당일에는 모든 준비가 완료되어야 해서, 회원 30여명이 전날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관중석 도면을 토대로 설치 작업을 했다. 한 사람이 관중석 200개를 담당한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 말미 이어진 2022년 대표팀 경기를 열거하며 조 의장은 “모든 관중석에 카드섹션을 놓았을 때는 오전 10시에 시작한 설치 작업이 이튿날 새벽 3시에 끝난 적도 있다”고 했다. 과정은 고단했지만 그만큼 뿌듯함은 상당해 보였다.

◆코로나19 시국의 ‘보고 싶었습니다’ 기억 남아

그간 대표팀 경기에서 선보인 카드섹션 중 잊지 못하는 문구 질문에 조 의장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이란전을 소환했다.

2022년 3월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이 경기에는 코로나19 시국에서도 관중 총 6만4375명이 마스크를 쓴 채 대표팀을 응원했다. 오랜만에 대규모 관중이 모인 만큼 동측(E) 관중석의 ‘보고 싶었습니다’ 문구로 선수들에게 힘을 실었고, 양쪽 골대 뒤의 태극 문양과 대한축구협회 엠블럼 카드섹션으로 대표팀의 위엄을 드높였다.

조 의장은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가 많았는데 선수들은 경기장에 돌아온 관중들이 보고 싶었을 것”이라며 “경기장에 오지 못했던 관중도 대표팀 선수들이 보고 싶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이라는 진짜 무대를 앞두고 여러 평가전을 앞둔 대표팀을 위해 붉은악마는 또 다른 카드섹션을 준비할 계획이다.

◆과격성 벗는 응원 문화… 이제는 ‘즐기자’

붉은악마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아시아 지역 예선이 한창이던 1997년에 탄생했다. 대표팀 응원 조직화의 필요성이 대두하자 당시 유행하던 PC통신에서 정식 명칭 공모를 거쳐 이름이 정해졌다.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4강 신화를 썼을 때 세계인들이 대표팀에 붙여준 별명이었는데 대한민국 축구의 대표 아이콘이 됐다.

붉은악마의 초기 회원으로 함께해온 조 의장은 세월이 흐른 만큼 응원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과거의 서포터 문화에는 과격한 면이 다소 있었다”며 “이제는 가족 단위의 관중이 많아졌고 젊은 세대도 계속 유입됐다”고 짚었다. 이어 “경기장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응원 문화도 과거보다는 많이 없어졌다”며 “즐기는 분위기가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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