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현지서 대학생들과 요리 수업
배우려는 열정 가득한 눈빛 인상적
인근 맛집서 마주한 ‘태국식 오믈렛’
소박하지만 영양 풍부하고 맛 좋아
입안 가득 느껴지는 따뜻함에 감동
마음 움직이는 요리는 이런 ‘단순함’

◆태국 학생들의 요리 열정
태국의 명문 수안 두싯 대학교는 훌륭한 교수진과 열정 넘치는 학생들이 있는 학교이기에 출국 전부터 설렘이 가득했다. 작년 같은 시기보다 의외로 선선한 태국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하자 대학 측에서 준비한 차량이 기다리고 있다. 차에 오르자 망고스틴이 가득 담긴 선물 바구니를 건네는 학생의 환한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방콕의 고질적인 교통 체증에 갇혔지만 첫 태국 수업을 향한 기대와 긴장감이 뒤섞여, 오히려 천천히 도착하길 바라며 긴장을 달랬다.
태국 국왕의 궁전 옆에 자리한 이 학교는 오랜 역사를 지닌, 태국에서 가장 전통 있는 대학교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내가 수업을 맡은 조리과는 세계요리사연맹(WACS) 요리 대회에서 늘 상위권 성적을 낼 기록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수업이 3시간가량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고 수업을 마친 뒤 학생들과 나눈 눈인사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배우고자 하는 이들의 눈빛은 나라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반짝인다. 그런 눈빛을 마주할 때면 나 역시 요리를 처음 시작하던 시절의 열정과 설렘이 다시 떠오른다.

이번 태국 방문의 또 다른 목적은 태국최고셰프챌린지(Thailand Ultimate Chef Challenge) 요리 대회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타파스 부문 그랑프리 챔피언을 수상하면서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네 번째 태국을 방문했는데 첫 인연은 10년 전 AT센터와 함께했던 한식 홍보 행사였다. 태국 지방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100인분의 비빔밥을 만들었고 밥솥이 없어 냄비로 밥을 지으며 현지 재료인 파파야와 공심채를 이용해 나물을 대체했던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 학생들이 볶음 고추장 비빔밥을 맛있게 먹던 표정은 내게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태국 로컬 맛집 오유아 리버 테라스
일정이 끝난 뒤 수안 두싯 대학교 학과장의 초대로 논타부리 지역의 식당 오유아 리버 테라스(OYua River Terrace)를 찾았다. 숙소 근처 강변에 있는 이 식당은 현지인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곳이다. 야외 테라스에선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고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인다. 특히 태국의 음식문화를 오롯이 담아낸 메뉴들이 일행을 맞이했다. 애피타이저로 생야채, 데친 채소, 삶은 달걀이 나왔다. 이 위에 샬롯을 달큰하게 볶아 만든 듯한 페이스트를 얹어 먹는 방식은 마치 우리 된장이나 고추장을 찍어 먹는 방식과도 비슷해 친근하게 느껴졌다. 가지와 향신료 갈랑가 같은 재료들을 날것으로 접한 것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큼직하게 구운 농어는 바삭한 겉면과 대비되는 촉촉한 속살이 인상적이고 그 위에 곁들인 망고 소스는 감탄을 자아냈다. 덜 익은 망고를 채 썰어 절이고 그 즙에 향신료와 피시 소스, 땅콩 등을 섞은 이 소스는 아삭한 식감과 향긋한 풍미가 어우러져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징거미 새우볶음은 새우의 커다란 머릿속에 매콤한 양념이 잘 스며들어 마치 게장을 먹는 느낌이 났는데 그 녹진한 새우머리내장을 밥에 버무리면 두 번째 수저를 뜨는 속도가 빨라진다. 머리가 커 새우 살은 적었지만 그마저도 매력적이라 양념과 새우머리내장을 싹싹 긁어 먹는 재미가 있었다.
식사의 마지막에 조심스럽게 등장한 메뉴는 태국식 오믈렛. 화려했던 앞선 요리들과 달리 소박하게 담긴 이 요리에 대해 학과장은 “태국인의 소울 푸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편의점 도시락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메뉴라고 한다. 간단하지만 영양가 있고 맛까지 좋은 이 오믈렛은 마치 엄마의 손맛 같은 존재다. 피시 소스를 넣어 감칠맛을 더한 오믈렛은 밥과 함께 먹을 때 배가 이미 불러도 젓가락이 다시 가게 만드는 그런 음식이다. 한입 베어 문 오믈렛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은 그 어떤 고급 요리보다 진하게 다가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는, 어쩌면 이렇게 단순하고 따뜻한 오믈렛일지 모른다.
◆오믈렛과 달걀

달걀은 우리의 식탁을 책임지는 식재료다. 달걀 프라이, 삶은 달걀, 수란, 스크램블드에그, 오믈렛, 달걀말이, 달걀찜까지 매우 다양하다. 완전한 단백질 식품인 달걀은 필수 아미노산은 물론, 콜린, 루테인, 제아크산틴 등의 뇌 건강 영양소, 비타민 A·D·E·B군, 철, 아연, 셀레늄까지 풍부하다. 소화 흡수율이 높고 포만감을 줘 다이어트에도 적합한 작지만 완벽한 식재료다. 달걀 요리는 집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기에 숙달만 조금 된다면 누구나 다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 낼 수가 있다. 또 개인마다 자신만의 달걀요리가 있기에 만드는 방식에 따라 같은 달걀이라도 다른 맛이 나는 매력 넘치는 식재료다. 태국 오믈렛처럼 감칠맛을 더하고 싶다면 피시 소스를 한두 방울 넣어보자. 익숙한 맛 사이에 낯선 풍미가 깃들며 색다른 감동을 줄 수 있다.

■프렌치 오믈렛 만들기
<재료> 달걀 3알, 휘핑크림 30㎖, 소금 1g, 그라나 파다노 치즈 10g, 다진 양송이버섯 15g, 다진 양파 15g, 버터 30g.
<만들기> ① 달걀과 휘핑크림을 섞은 뒤 소금과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넣는다. ② 팬에 기름으로 코팅하고 버터를 두른다. ③ 양송이버섯과 양파를 볶은 뒤 달걀물을 넣고 스크램블을 만든다. ④ 달걀이 익으면 반으로 접는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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