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정책에 2025년 감소세 전환 관측
이민자 노동력, 美 경제회복 주요 요건
팬데믹 시기 인력 부족 현상 재현 속
농업·건설업 등 타격… 경기둔화 우려
“관세 이은 인플레이션 가속화 요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대적인 ‘반이민’ 정책 끝에 5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내 이민자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간) 경제학자 웬디 에델버그, 타라 왓슨과 스탄 뵈거를 인용해 2025년 미국 이민자 수치가 증가에서 감소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에델버그와 왓슨은 진보 성향의 브루킹스 연구소, 뵈거는 보수 성향 미국기업연구소 소속으로 이번 달 발표 예정인 보고서에서 올해 이민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들의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1970년대 이후 최초로 미국 내 이민자 수가 감소하게 된다. 미국 의회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강력한 이민 제한 정책을 펼쳤던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이후인 2019년에도 이민자 수는 41만5000명 증가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노동력 수요가 폭락했을 때조차도 17만4000명이 늘었다. 뵈거는 “남부 국경뿐만 아니라 다양한 합법적인 경로로 들어오는 이민자 유입이 크게 줄었다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WP는 노동부 자료를 토대로 3월 이후 이민 노동자 수가 100만명 이상 감소했다고 전했다.
본래 이민자 노동력 유입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미국 경제 회복의 비결 중 하나였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은 산업 전반에 누적됐던 노동력 공백을 이주노동자들이 메우면서 경제를 떠받쳤다는 연구 결과를 2023년 2월에 발표했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2000년 이후 이민자의 민간 노동력 참여율이 꾸준히 증가해 2024년에 최고치인 1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적극적인 이민 장려 정책을 펼친 결과다.
하지만 이민자 수 감소 전망이 등장하면서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WP는 팬데믹 기간에 미국이 겪었던 노동력 부족 현상이 재현될 수도 있으며, 특히 농업, 건설, 관광업 등 이민자 노동력에 의존하는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이민자들의 세금 납부가 줄어드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회계·컨설팅회사 RSM의 조 브루수엘라스 수석경제학자는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 근로자를 대체할 인력이 부족한 인구 통계학적 상황에서 이민자들을 일자리에서 빼내면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 전 세계 대부분 국가를 상대로 부과한 관세로 인플레이션 압박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추가 인플레이션 요인은 미국 경제에 크나큰 부담이다.

이미 노동력 부족 조짐은 현실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인구조사국 자료를 인용해 지난 4월 미국 전역의 제조 공장 중 20%가 넘는 곳이 최대 생산 능력으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으며, 노동력 고갈이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도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을 일부 인정했다. 그는 지난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우리의 위대한 농부들과 호텔 및 레저업계 관계자들은 우리의 매우 공격적인 이민 정책이 매우 유능하고 오랜 기간 일한 근로자들을 앗아가고 있으며, 그 일자리는 대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농촌 지역은 이민 단속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인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대표적인 지지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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