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 된 묘지·부장품 80여점 나와
“신라 출신 김영 무덤”… 학계 주목
약 1200년 전 중국 당나라에 머물렀던 신라 왕족의 무덤이 발굴조사를 통해 처음 확인됐다. 죽은 이의 이름과 신분 등을 기록한 묘지가 온전히 남아 있어 향후 연구가 주목된다.

16일 학계에 따르면 중국 산시성 고고연구원은 시안시 옌타구의 ‘M15호’ 무덤을 발굴조사한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이 무덤은 당나라 수도였던 장안(長安·시안의 옛 명칭)성에서 북쪽으로 약 2㎞ 떨어진 곳에 있었으며, 과거 도굴 피해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2022년 6월 진행한 조사에서 돌로 된 묘지를 비롯해 80여점의 부장품이 새로 확인됐다.
연구원 측은 출토 유물과 묘지에 새겨진 글자 등을 토대로 “당나라에 신라 출신의 ‘질자(質子)’로 있던 김영(金泳)의 무덤”이라고 판단했다. 질자는 외교적 관계를 위해 상대국에 보내는 군주나 유력 대신의 자제를 뜻한다. 중국 현지에서 발굴조사를 거쳐 신라 왕족 출신 인물의 무덤이 확인된 건 처음으로 알려졌다.
연구원 측은 “(묘지) 비문을 통해 무덤 주인이 누구인지 분명해졌다”며 “고고학적으로 발굴된 최초의 사례여서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무덤 주인의 삶을 기록한 묘지는 무덤 방 입구 안쪽에서 발견됐다. 묘지의 가로·세로 길이는 약 38㎝로 정사각에 가까운 형태다.
한국고대사 및 금석학 전문가인 김영관 충북대 사학과 교수는 공개된 탁본 사진을 본 뒤 “무덤 주인이 747년에 태어나 794년 5월1일에 향년 4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며 “그의 묘지는 중국에서 정식 발굴로 출토된 최초의 신라인 남자 귀족의 묘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간 신라 출신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묘지가 중국에서 나온 바 있으나 무덤과 함께 명확하게 확인된 건 처음이라 학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보고서는 연구원이 펴내는 학술지 ‘고고여문물(考古與文物)’ 최신호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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