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넘어 韓 대선까지 발 넓혀
이들의 인식 트럼프에 영향 우려
韓, 외교 방해 되지 않게 대비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변 극우 인사들은 통상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불린다. 미국 정치 지형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는 이들이다. 마가는 대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능하다. SNS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지닌 트럼프 대통령처럼 이들 극우 인사들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꾸준히 피력해왔다. 트럼프 1기에서 백악관 수석 전략가를 지내고 스스로 극우 언론사를 운영하며 논쟁을 몰고 다니는 스티브 배넌, 역시 극우 매체 기자 출신으로 백신 음모론과 선거 부정 주장을 몰고 다니는 1993년생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 폭스뉴스 전 앵커 터커 칼슨, 흑인 여성으로 반(反)민주당 운동을 펼쳐 전국적 인지도를 얻은 캔디스 오언스 등이 이 그룹에 속한다. 이들은 SNS 등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 영향력을 확장하면서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톡톡히 기여했다.
마가는 최근 SNS를 통해 미국 정치를 넘어 다른 나라 정치까지 개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마가 세력이 루마니아 정치에 개입하면서 ‘글로벌 우파 연대’를 도모하고 있다는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2023년 루마니아 대선에서 당선된 극우 민족주의 후보 컬린 제오르제스쿠는 선거 과정에서 러시아의 틱톡 가짜 계정 동원 등이 드러나 루마니아 헌법재판소가 선거를 무효화했는데 마가 진영이 이후 적극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SNS에 “루마니아 국민의 뜻이 부정당했다”고 적었다. 다른 마가 인사들도 루마니아를 방문하거나 온라인에서 제오르제스쿠를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그를 지지하고 있다. NYT는 “트럼프 진영이 (루마니아 선거 무효 사태를) 미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선거 조작의 국제판처럼 해석하고 확산하고 있다”며 “극우는 국경을 넘는다는 말이 실현되는 듯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루마니아 선거뿐만 아니라 마가들은 프랑스의 연금 개혁 시위 등 여러 글로벌 사안에 꾸준히 발언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칼슨과 오언스는 프랑스 영부인 브리지트 마크롱이 생물학적으로 남성이라는 음모론적 주장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런 거짓 정보들이 결국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고, 개인의 삶까지 침범한다”며 공식 석상에서 적극 반박했다.
이들이 다른 나라 정치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단순한 정치적 견해 표현 차원을 넘어선다.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인 2016년 이후 2018년부터 유럽을 돌며 이탈리아의 극우 정당 리가치아 대표 마테오 살비니, 프랑스의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 등과 접촉하고 ‘더 무브먼트’라는 조직을 만들어 유럽 극우 정당 지원 네트워크를 촉진했다. 극우들끼리 연대를 형성하고 반이민·반글로벌리즘 정서로 구축된 ‘트럼프주의’를 수출하며 모금 활동에 활용하면서 영향력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한다.
마가 진영은 최근 한국 대선까지 발을 넓혔다. 루머가 한국 대선 뒤 엑스에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접수해 오늘 대선에서 승리했다. 끔찍한 일”이라는 주장을 올린 데 이어 배넌도 엑스에 “한국은 망했다(fallen)”고 올린 것이다. 주로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극우 연대가 이뤄져 왔지만, 한국 역시 마가의 관심 범위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부 한국 인사들이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미국 보수정치회의(CPAC)에 참석하며 이들과 연대하기도 했다.
한국이 당면한 문제는 마가의 인식이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까지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이 비공식 논평으로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행사를 우려하고 반대한다”고 이례적으로 중국을 언급하는 논평을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새 한국 정부가 미국과 새롭게 외교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데 방해물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인식 개선과 동시에 마가가 향후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언급을 할 가능성에 충분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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