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론 지지·국제 공조 있어야
북한도 섣불리 악용할 생각 못 해

새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대북 유화책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가 먼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고 대북전단 살포 중단 입장을 밝혔다. 어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5주년을 맞아 “중단된 남북 대화 채널부터 신속히 복구하며 위기관리 체계를 복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북 화해 협력은 지속해서 추구해야 할 목표이지만 국론을 분열시키지 않고 국제 사회와 조율된 방식이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새 정부의 대북 조치가 성급하고 일방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제는 민간단체가 북한 지역으로 전단을 살포하자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관련 부처에 대북전단 살포 예방과 사후 처벌 대책을 지시했다. 문재인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발전법을 제정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 제한이 매우 중대하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른바 ‘김여정 하명법’으로 불린 이 법은 국제 사회에서도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반(反)인권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의 처벌 지시는 북한과 국제 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 이후 대북전단 살포에 개입하지 않았던 통일부는 새 정부가 출범하자 민간단체에 전단 살포 중단을 요청하며 강경 대응으로 돌아섰다. 대북전단은 접경 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가 있다. 경우에 따라 경찰 제지나 사전 신고 제도 등을 통해 적절히 규제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 주민에게 실상을 알리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측면이 있다.”(대법원 판결) 과도한 규제는 잦은 도발로 접경 지역 주민을 위협해온 북한에 대해선 침묵한 채 국민 권리만 제한한다는 점에서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며 “싸울 필요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라고 강조했다. 일련의 대북 유화 조치에는 이런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평화를 구축하겠다”는 목표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역대 진보 정권에서 추진된 남북 화해 정책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핵·미사일 능력을 키우는 결과만 초래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그간의 남북 대화가 ‘평화 쇼’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여론의 지지와 초당적 지원, 국제 사회와의 공조 속에서 추진된 정책이라야 북한도 섣불리 악용할 생각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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