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아담, 한손 절단·온몸 화상
“엄마가 슬프지 않은 곳서 살 것”
고국서 80명과 치료 위해 입국
“아름다운 곳에서 살고 싶어요. 아름다운 곳은 폭탄이 없는 곳이에요. 집이 부서지지 않고, 내가 학교에 갈 수 있는 곳이에요. 학교에는 책상이 있고 아이들은 공부를 마친 뒤 운동장에서 놀고 아무도 죽지 않아요. 내 팔을 수술해서 다시 쓸 수 있는 곳, 엄마가 슬프지 않은 곳이 아름다운 곳이에요.”
이스라엘의 공습에 아버지와 형제자매 9명을 한꺼번에 잃은 11세 소년 아담 알 나자르의 소원이 이뤄진다. 아담과 어머니 알라, 가자지구의 다른 중증 환자와 가족을 태운 전세기가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도착해 이들은 새 터전에서 치료를 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알라는 “이탈리아에서 우리 삶의 새로운 장을 시작하길 희망한다”며 “수술을 마친 뒤 아담은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학교에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이날 도착한 80명의 팔레스타인인 중 17명이 어린이다.

이번 이송은 아담의 삼촌 알리가 이탈리아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성사됐다고 현지 일간지 라레푸블리카는 전했다. 지난 1년간 가자지구에서 이탈리아로 치료를 위해 이송된 팔레스타인 환자와 보호자는 300명이 넘는다.
알 나자르 가족의 집은 지난달 23일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당했다. 당시 집에 있던 자녀 10명 중 9명이 사망했다. 숨진 자녀 중 가장 어린 아이는 7개월 영아였고,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도 고작 12세에 불과했다. 남편 함디는 부부가 함께 의사로 근무하던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 아내 알라를 데려다주고 막 귀가한 참이었다. 함디는 아들 아담과 함께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지만, 파편으로 인한 뇌 손상과 골절, 가슴 부위의 심각한 외상 등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끝내 지난달 31일 숨졌다.
평소처럼 병원 응급실로 출근했다가 몇 시간 뒤 일곱 구의 그을린 주검이 되어 실려 오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본 알라는 그 자리에서 실신했다. 숨진 자녀 두 명은 아직 엄마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유일한 생존자인 아담은 한쪽 손이 절단됐고, 온몸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소아과 의사인 알라는 아이들을 잃은 후에도 계속해서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오가며 환자들을 돌봤다. 아담의 수술을 집도한 외과의사 그래엄 그룸은 BBC에 “아이들을 돌보는 데 평생을 바친 소아과 의사가 단 한 번의 미사일 공격으로 자신의 아이들 대부분을 잃었다”며 “이루 말할 수 없이 잔인하다”고 말했다. 무니르 알 바르쉬 가자지구 보건부 국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망한 9명 아이들의 이름을 적은 뒤 “이곳 의료진이 견뎌야 할 현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의료진도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고 호소했다.
알 나자르 가족의 비극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으로 인해 가자지구 어린이들이 겪고 있는 참상을 국제사회에 다시금 환기시켰다. 유엔과 현지 당국에 따르면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 이후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으로 현재까지 어린이 1만6000명 이상이 숨지고 3만4000명 이상이 상처를 입었다.
특히 이스라엘이 ‘기드온의 전차’ 작전 명목으로 민간인이 많은 지역에서 하마스 요원들을 표적으로 삼는 행위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면서 최근 몇 달간 가자지구 내에서 최소 6개의 학교 건물이 폭격됐고 12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잠재적인 폭격 대상으로 지정된 학교 건물은 추가로 4곳이 더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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