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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 비방 방송 중단, 반길 일이나 긴장의 끈 놓아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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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12 23:11:32 수정 : 2025-06-12 23: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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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北 초소 대형 스피커 우리 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북한이 호응해 대남 방송을 멈춘 것으로 확인된 12일 오후 경기 파주시 탄현면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본 북한군 초소에서 병사 1명이 남쪽을 지켜보고 있다. 초소 앞 오른쪽 사각형 구조물 속에 대남 방송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다.   파주=최상수 기자

한국군이 지난 11일 오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자, 북한이 어제 오전 대남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북한과 인접한 경기 파주 쪽에서 대남 방송이 지난 11일 밤부터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재명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에 북한이 화답하며 약 1년간 계속됐던 양측의 비방 방송이 전면 중지된 것이다. 상호 조치가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다시금 신뢰를 쌓아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6월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하자 9·19 남북군사 합의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고, 그로부터 닷새 뒤 대북 심리전 수단인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이에 맞서 북한도 지난해 7월부터 대남 방송을 시작했다. 통상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각종 소음을 내보내는 식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뜸한 심야와 새벽에도 자주 방송을 틀어댔다. 이 바람에 접경 지역 장병들과 주민들이 방음 창을 설치하고 귀마개를 하고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극심한 고통을 겪어왔다. 주민 고통이 해소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달 말 동해에서 표류 중 구조된 북한 주민 4명의 조속한 송환도 추진된다고 한다. 물론 북한이 우리의 송환 요청에 응할지는 미지수이나, 이에 호응한다면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와 상황 관리를 위해 2년 넘게 끊긴 남북 연락 채널의 복원 등 꽉 막힌 남북 간 현안을 풀 계기 마련이 가능해진다. 남북 대화 재개 기대감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이처럼 경색 국면인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찾는 일은 새 정부 주요 과제다.

그렇지만 북한은 지속적인 핵 개발 의지가 여전히 굳건한 데다 남한 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한·미 동맹에 균열을 일으키려는 기존 노선도 포기하지 않았다. 러시아와의 전략적 밀착으로 당장 한반도 평화와 긴장 완화에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를 증명하듯 북한은 최근 트럼프의 친서 전달까지 거부한 마당이다. 늘상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 남북 합의를 일방 파기하거나 군사적 도발을 저지른 전례를 감안하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노릇이다. 신중하지 못한 유화 제스처 남발도 경계해야 한다. 자칫 ‘한국이 김정은 정권에 굴복했다’는 부정적 신호만 줄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의 자유·인권 의식을 고취해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이끄는 데도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과거 진보 정부의 조건없는 양보로 겪었던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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