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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타노스 아냐?’ 10여개국 최승현 랩에 ‘오겜’ 시청자들 놀랐다

입력 : 2025-06-12 16:06:24 수정 : 2025-06-12 17: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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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K-콘텐츠 글로벌 더빙 워크샵’ 개최
더빙의 중요성과 역할 제시…‘감정을 전달해야’
시청자의 작품 몰입을 적극 도울 수 있어야
‘원작의 목소리에 최대한 가깝게’ 등 고려
1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열린 ‘K-콘텐츠 글로벌 더빙 워크샵’에 연사로 참여한 존 드미타 넷플릭스 영어 더빙 팀 시니어 매니저가 발언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더빙 자체가 주목을 끌어서는 안 된다.”

 

넷플릭스 영어 더빙팀 존 드미타(John DeMita) 시니어 매니저는 1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에서 열린 ‘K-콘텐츠 글로벌 더빙 워크샵’에서 더빙의 역할을 이처럼 정의했다.

 

국적이 다른 작품의 이야기를 시청자에게 가능한 그대로 전할 수 있도록, 보는 이가 ‘더빙 목소리’에 집중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넷플릭스와 콘진원이 매년 6월12일 ‘국제 더빙의 날’을 맞아 주최한 이 행사에서 드미타 시니어 매니저는 더빙은 기술력을 뽐내는 장치가 아닌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더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작품에서는 시청 경험이 저하된다”며 “(더빙 대사와 배우의) 입모양이 일치하는 수준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있다”고도 언급했다.

 

입모양과 더빙 대사가 완벽에 가깝게 일치한 장면(SCENE)을 ‘핵심 장면’으로 규정하고, 작품 더빙마다 이를 성우진과 공유한다는 넷플릭스의 설명이다.

 

현장에서 주된 예시로는 ‘오징어 게임 시즌2’가 다뤄졌다.

 

극 중 타노스로 등장한 최승현의 랩을 10여개 언어로 번역한 영상이 등장했는데, 인도네시아어와 프랑스어 심지어 포르투갈어에 체코어까지 더빙된 작품 예시에서 성우 목소리가 최승현의 허스키한 톤까지 흡사해 마치 최승현이 각국 언어로 랩을 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연극과 방송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이른바 ‘불신의 유예’라는 표현이 있다고 한다.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지금 보는 장면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잊고 감정적으로 이야기에 몰입한다는 뜻이다.

 

영화에서는 상대적으로 익숙하지만 ‘더빙 작품’에서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드미타 매니저는 “시청자들이 더빙에 구애받지 않고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등장인물 발음, 리듬, 목소리의 높낮이를 따라가려는 더빙 성우들의 노력도 상당하다.

 

드미타 매니저는 “더빙된 목소리를 들을 때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콘텐츠를 제공하기를 원하고, 원본 영상에 덧입힌 요소처럼 보이지 않게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넷플릭스는 성우들에게 가능한 화면 속 배우와의 일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기를 주문한다.

 

이 대목에서 ‘오징어 게임’ 시리즈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의 영어 더빙을 담당한 성우 그렉 천의 영상 인터뷰가 등장했다.

 

그렉 천은 “한국어 억양이나 문장 구조는 영어와 아주 다르다”며 영어 더빙에서도 성기훈의 연기를 살리도록 노력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과 같은 글로벌 신드롬 작품 더빙은 아마 다시 없을 경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미타 매니저는 “연기자들은 우리의 큰 자산”이라며 “더빙은 모방이 아닌 연기를 구현하는 것이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체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1년 넷플릭스에 합류한 드미타 매니저는 영어 더빙을 총괄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타이틀의 영어 더빙 연출은 물론 12개 이상의 언어로 진행된 다국어 더빙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미국 예일대학교 졸업 후 USC 연극예술대학에서 10년 넘게 교수로 재직하며 연기 교육에 헌신해 왔고, 지금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차세대 성우들을 멘토링하고 있다.

 

넷플릭스 합류 이전에는 배우와 성우로 활동했고, 미국 군사 드라마 ‘JAG’에서 콜로넬 클리포드 블레이클리 역, 일본 애니메이션 ‘나루토’의 도스 키누타와 히아시 휴우가 역,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명작 ‘원령공주’의 코로쿠 역을 맡았다.

 

1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열린 ‘K-콘텐츠 글로벌 더빙 워크샵’에 연사로 참여한 로베르토 그라나도스 넷플릭스 중남미 더빙 디렉터가 발언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는 작품의 특성과 창작자 의도를 명확히 전달하도록 현지화 파트너와의 협업으로 ‘크리에이티브 가이드라인(artistic guideline)’을 개발했다.

 

최상의 더빙 프로덕션 퀄리티를 위해 현지 언어에 부합하는 대화 각색, 캐스팅, 정확한 립싱크, 오리지널 사운드트랙과 대화 몰입도를 높이는 믹스 등 다양한 기준을 제시한다.

 

특히 원작의 목소리에 최대한 가깝고 화면의 비주얼과 알맞은 목소리인지에 중점을 두며, 각국 더빙 스튜디오에서 개별적으로 성우를 캐스팅한다.

 

시청자들은 액션이 빠르거나 시각 정보가 많은 장르에서 몰입감을 위해 더빙을 상대적으로 더 선호한다고 넷플릭스는 전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4월 콘진원, 영화진흥위원회와 국내 콘텐츠 산업 발전과 제작 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국내 콘텐츠 산업 발전 등을 위한 신인 창작자 대상 육성 교육 활동 등을 함께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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