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북 확성기 중지에 호응…9·19 군사합의 복원에도 응할까

접경지 군사훈련 중단·최전방 GP 불능화 등 내용 포함
北 사실상 폐기에 南은 효력 전부 정지…'적대 관계' 선언한 북, 호응 불투명

남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선제 중지에 대남 소음 방송을 멈춰 화답한 북한이 9·19 군사합의 복원으로까지 나아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군에 따르면 이날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된 지역은 없다.

군이 11일 오후 2시를 기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한 데 따른 북한의 호응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지난해 북한의 대남 오물·쓰레기 풍선 살포로 6월부터 촉발된 남북 간 확성기 대결은 1년간 이어지면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막심한 피해를 유발해왔다.

체제 안정과 김정은 옹위를 꾀하는 북한이 극도로 경계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 그리고 북한의 기괴한 소음 방송이 이어지는 한 남북이 긴장 완화와 한반도 안정을 위해 머리를 맞댈 여지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남북 상호 방송 중지로 일단 대화를 위한 최소한의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정부는 다음 단계로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달 2일 페이스북에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고 대북 전단과 오물 풍선, 대북·대남 방송을 상호 중단해 접경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9·19 군사합의는 문재인 정부 시기 2018년 9월 19일 발표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로, 정식 명칭은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다.

접적지역에서의 군사적 우발 충돌 방지가 목적이며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비행금지구역, 포병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금지구역, 완충수역 등을 설정했다.

북한이 2022년 잇따른 포병 사격과 무인기 영공 침범을 저지르며 이 합의 위반 이력을 쌓아가자 당시 윤석열 정부는 '9·19 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대응했다.

2023년 11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발사하자 한국은 9·19 합의 1조 3항인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 정지를 의결해 대북 감시정찰을 강화했다.

북한은 이에 반발, 9·19 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면서 합의에 따라 지상·해상·공중에서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를 즉시 회복한다고 11월 23일 발표하며 9·19 합의를 사실상 파기해버렸다.

지난해 5월 말부터 북한이 남쪽으로 오물·쓰레기 풍선 살포에 나서자 정부는 6월 4일을 기해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전부 정지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이후 접경지 및 서북도서 실사격 훈련, 대북 확성기 방송 등이 잇따라 재개되는 과정을 지나왔다.

정부가 9·19 군사합의 복원을 본격 추진한다면 선제적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했듯 먼저 접경지역 실사격 훈련 중지를 선언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다.

아울러 비행금지구역 설정 효력을 다시 인정해 대북 감시정찰을 일정 수준 줄이거나 전방 감시초소 재불능화 등이 다뤄지는 수순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만 일방 조치를 하는건 정치적 논란은 물론이고 군사대비태세에도 적잖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결국 관건은 북한이 얼마나 진지한 태도로 군사합의 복원을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는지가 된다.

북한은 2023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뒤 남북 연결 도로를 폭파하고 MDL 일대에 방벽을 쌓는 등 남측과 완전히 단절하겠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9·19 합의 복원은 일방적·선제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서두르거나 일희일비하지 말고 북한에도 나름의 시간을 주면서 계획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