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에 애도 표하며 동맹 유산 기린다”
6·25 전쟁 참전용사이자 대표적 친한파 정치인인 찰스 랭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최근 별세한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정파를 뛰어넘어 국회 차원의 초당적 추모 결의를 추진하고 나섰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과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 등 여야 의원 69명은 지난 10일 ‘찰스 랭글 전 미 하원의원 추모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해 현재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민주당에선 대표 발의자인 김 의원을 비롯해 52명이, 국민의힘에선 공동 대표 발의자인 최 의원을 포함해 16명이 각각 결의안에 이름을 올렸다. 개혁신당에선 이준석 의원이 동참한 반면 원내 3당인 조국혁신당 의원은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의원들은 결의안에서 “랭글 전 의원이 지난 5월26일 향년 95세로 서거했다”며 “이에 대한민국 국회는 깊은 애도를 표하며 그가 남긴 한·미 동맹의 유산을 기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랭글 전 의원이 6·25 전쟁 당시 북한의 불법 남침에 맞서 한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점에 깊은 경의를 표하고, 그가 46년간 미 의회에 재직하며 한·미 동맹 발전과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고인의 서거를 계기로 한·미 동맹의 가치와 정신을 기억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결의한다”고 다짐했다.
랭글 전 의원은 지금으로부터 꼭 95년 전인 1930년 6월11일 태어났다. 6·25 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미 육군 제2보병사단 소속으로 참전해 낙동강 방어선 전투, 군우리 전투 등 주요 전투에서 북한군, 중공군과 싸웠다. 특히 군우리 전투 때에는 중공군의 포위 속에서도 필사적인 항전으로 승리했고, 그 공로로 동성무공훈장·수교훈장·백선엽한미동맹상 등을 받았다.

그는 40세이던 1970년 민주당 소속으로 뉴욕주(州) 지역구에서 처음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2017년 1월까지 46년간 의회에서 활동하며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했다. 1970년대 말 같은 민주당 소속이던 지미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에 강력히 반대했고, 2000년대 들어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강력히 지지했다. 또 지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Korea Caucus)를 창립해 한·미 의원 외교에 앞정섰다.
지난달 26일 고인이 별세한 직후 우리 정부를 대표해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유족에게 조전을 보냈다. 강 장관은 고인을 “6·25 전쟁에 참전해 부상을 입고도, 끝까지 용맹히 싸운 영웅”으로 규정한 뒤 “한국 정부와 국민은 고인의 열정적인 헌신과 숭고한 희생 정신을 깊이 존경하며, 고인의 업적과 정신이 미래 세대에도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이재명 대통령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깊은 슬픔과 애도를 표한다”며 고인을 기렸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항상 내 마음속에 한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고인의 말을 인용한 뒤 “한국에 대한 고인의 깊은 사랑은 영원히 우리 마음에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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