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이 여당을 중심으로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통업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 정부에서 사실상 완화됐던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가 다시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추진되고 있으며, 관련 입법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매달 두 차례 공휴일에 의무적으로 문을 닫도록 규정돼 있었다. 지난해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휴업일을 공휴일 대신 평일로 변경하면서 규제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10명의 의원들은 지난해 9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오 의원 측은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영업시간 제한 및 휴업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개정안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며, 입법이 이뤄질 경우 관련 규제가 다시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형마트 업계는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중심으로 유통 시장이 재편된 상황에서 공휴일 휴업 규제는 소비자 편익과 시장 환경 변화, 규제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발표한 4월 국내 주요 유통업체 매출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업체의 비중은 54.4%로 오프라인 유통업체(45.6%)를 앞질렀다. 오프라인 유통의 대표주자인 대형마트의 시장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간 경쟁 구도는 이미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간 경쟁으로 재편됐다”며 “정책 역시 변화한 시장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 측은 소비자 편익 측면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2년 규제 시행 이후 주말에 장을 보던 많은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었으며, 대형마트 주변 상인들조차 유동인구 감소로 매출 하락을 경험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지켜보겠지만,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소비자의 편익”이라며 “실효성이 낮은 일방적 규제보다는 전통시장과의 진정한 상생을 위한 유연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소상공인 보호라는 법 취지엔 공감하지만, 이미 기존 일요일 휴업에도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휴일 의무휴업 확대는 업계와의 충분한 논의와 소통을 바탕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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