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이 어제 오광수 민정수석(차관급)의 재산 관련 의혹에 대해 “일부 부적절한 처신이 있다”고 밝혀 인사 검증이 부실했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오 수석의 거취에 관해선 “본인이 안타까움을 잘 표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였다. 오 수석이 그제 “송구하고 죄송하다”며 사과한 만큼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공직자 인사 검증을 책임진 민정수석이 도덕성과 관련해 구설에 오른 것 자체가 한심한 일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의 반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으니, 과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검찰에서 검사장까지 지낸 오 수석은 현직 시절 부인 소유 부동산을 차명으로 관리하며 공직자 재산 공개 대상에서 누락한 사실이 드러났다. 부동산실명법과 공직자윤리법 위반 소지가 크다. 여기에 최근에는 차명 대출 의혹까지 불거졌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이던 2007년 모 저축은행에서 15억원을 빌리면서 본인 말고 친구 명의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래서야 다른 고위공직자 후보들 인사 검증을 주도할 민정수석으로서 영이 서겠는가. 국민의힘이 오 수석의 임명 철회와 대통령실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한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하겠다.
오 수석은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생으로 서로 잘 아는 사이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일각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의 민정수석 기용을 관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민정수석실에서 일할 비서관 상당수는 과거 대장동 사건 재판 등에서 이 대통령 변호를 맡은 인물들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이 인사에서 공사를 철저히 구분하지 않고 너무 개인적 인연만 중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 대통령은 인재 풀을 확대하는 대신 몇몇 측근만을 중용하다가 인사 참사를 빚은 전직 대통령들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고위 외교관 출신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장관급)은 소유한 각종 부동산 자산만 무려 80억원에 달해 투기 논란에 휘말렸다. 위 실장은 ‘미분양 아파트를 노후용으로 사뒀는데 사정상 실거주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했으나, 이 또한 국민 눈높이에 크게 못 미친다. 앞서 오 수석에 관한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대통령실이 “저희도 언론에서 접했다”고 해명한 점은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음을 보여준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정권 초부터 이런 일들이 되풀이되면 앞으로 국정 운영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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