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상승으로 인한 기후 변화로 감염병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감염병 매개체 유입에 대응하기 위해 감시 거점을 전국 30개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감시 체계를 강화한다. 인공지능(AI) 기반 모기 감시장비도 도입해 매개체 감시 소요 시간을 대폭 줄인다.

질병관리청은 11일 제2회 건강 브리핑을 통해 ‘감염병 매개체 감시∙방제 중장기 계획(2025∼2029년)’을 발표했다.
최근 기온 상승과 강수량 변화, 겨울철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감염병 매개체의 서식지와 활동기간이 확대하는 추세다. 일본뇌염, 말라리아, 쯔쯔가무시증,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 매개체 전파 감염성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감염병 매개체로는 대표적으로 모기, 참진드기, 털진드기 등이 있다.
실제 지난 10년(2015∼2024년)간 평균기온이 약 1.4℃ 상승해 일본뇌염 주의보 발령 시기도 약 16일 빨라졌으며, 모기와 진드기의 활동기간도 봄부터 늦가을까지 늘어났다. 국내 쯔쯔가무시증 주요 매개체인 활순털진드기도 분포지역이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질병청은 “고온 건조한 환경에 적응한 진드기류의 북상 및 서식지 확장 경향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오로푸치열, 오즈바이러스 등 해외 신∙변종 병원체와 뎅기열 등 해외 감염병의 국내 유입 가능성도 증가해 매개체 전파 감염병의 관리 필요성이 높아졌다. 말라리아는 지난 2020년 385건에서 지난해 713건으로 두배 늘었다. 일본 뇌염은 작년 21건, 뎅기열 195건 등이었다.

질병청은 이번 감염병 매개체 대응 계획을 발표하며 △국가 매개체 감시체계 고도화 △기후변화 대응 매개체 감시 강화 △매개체 감시∙방제 인프라 확충 △감시와 방제의 연계 강화의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매개체 감시체계를 민∙관 협력을 통해 강화하고, 권역별 매개체 감시 거점을 기존 16개에서 3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 모기, 진드기 등 감염병 매개체의 발생과 밀도 변화를 면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전국적 감시망을 구축한다.
질병청에서 개발한 AI 기반 모기 감시 장비(AI-DMS)와 밀도 자동 계측 장비(DMS)를 감시 현장에 적용해 ‘스마트 감시체계’를 갖춘다. 매개체 발생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고, 감시 소요기간을 기존 7∼11일 대비 24시간 이내로 단축한다. 아울러 해외 협력을 통해 올해 아프리카 1개국에 우선 적용한 뒤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동남아시아 3개국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매개체 조기 탐지를 위해서 제주 등 기후변화의 영향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감시센터’도 설치한다. 또 정부와 각 지자체의 매개체 감시 정보를 통합하고, ‘매개체 감시정보 플랫폼’을 구축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질병청은 중장기 계획 발표와 함께 감염병 매개체에 대한 국민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방 수칙도 안내했다. 모기는 주로 고인 물에 번식하는 만큼 가정에서는 화분 받침, 배수구, 물이 고일 수 있는 폐용기 등에서 물을 없애 모기가 서식하는 환경을 차단해야 한다.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방충망 등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진드기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농작업이나 등산 등 야외 활동 시 긴 소매 옷, 모자, 양말 등을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기추위기 시대에 감염병 매개체의 위협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매개체 전파 감염병의 발생위험을 줄이고, 지역사회와 함께 매개체 전파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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