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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로 달려가는 中 기업들… 유럽 한복판 ‘공장 허브’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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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10 13:55:16 수정 : 2025-06-10 13: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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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헝가리 간 경제 협력이 급속히 확대되며 헝가리가 중국의 유럽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메카토르 중국연구소(MERICS)와 로듐그룹이 공동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의 대유럽 직접투자(FDI) 가운데 약 30%에 해당하는 31억유로(약 4조8000억원원)가 헝가리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 3개국이 받은 투자 총액보다 많은 규모다.

공장의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AFP연합뉴스

헝가리가 중국 기업들의 유럽 내 공장 허브로 급부상하는 중심에는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이 있다.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비야디(BYD)는 부다페스트에 유럽 본사를 열고 연내 현지 생산 차량 출시를 예고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 중국 닝더스다이(CATL)는 2022년 헝가리 동부에 유럽 제2공장을 짓기 위해 73억유로(11조3000억원)를 투자했고, 이브에너지 역시 13억유로(2조원) 규모의 공장을 설립하며 대규모 진출에 나섰다.

 

이 같은 투자 흐름은 중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과 유럽 내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유럽 관세를 회피하면서도 현지 시장에 보다 가까운 생산거점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다. 헝가리는 독일과의 오랜 협력으로 자동차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와 안정적인 인프라, 정부의 친중 태도가 결합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현지 노동 비용은 독일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헝가리 정부는 대규모 보조금으로 중국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CATL의 경우 투자금 가운데 8억유로(1조2000억원)를 세제 감면과 직접 보조금 형태로 돌려받았고, 이브에너지는 3700만유로(574억원) 상당의 직접 지원을 받았다고 SCMP는 전했다. 한 중국 기업 관계자는 “헝가리는 산업 보조금 면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타 동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중국 기업에 훨씬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배경도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2015년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에 동참한 이후 꾸준히 친중 노선을 유지해왔다. 코로나19 시기 유럽에서 가장 먼저 중국산 백신을 수입했고, EU 차원의 대중 제재나 비판에도 반복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중유럽아시아연구소의 세베스티엔 혼폿 연구원은 “헝가리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끊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이런 노선은 EU와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EU는 2019년 중국을 ‘체제적 경쟁자’로 규정한 데 이어 2021년에는 7년간 협상해온 포괄적투자동의(CAI) 비준을 중단했다. EU 집행위는 오르반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와 대외 노선에도 제동을 걸고 있으며, 2022년에는 코로나19 복구기금 집행을 유예했다. 하지만 이런 외부 압박은 오히려 헝가리의 대중 의존을 더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측에서도 헝가리 시장을 단순한 투자처가 아닌 유럽 내 거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유럽상공회의소(CCCEU)의 팡둥쿠이 사무총장은 “이제는 산업 선도기업뿐 아니라 후속 기업들의 공급망 완성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남부에서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는 한 기업주는 “고객이 몰려 있는 헝가리에 공장을 세울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대한 정치적 반감이 커지고 있는 점은 변수다. 2021년 발표된 상하이 푸단대 부다페스트 캠퍼스 건립 계획은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발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야당 지도자 페테르 머자르는 “중국 자본이나 러시아 영향력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하는 경제가 진정한 주권국가의 길”이라며 오르반 총리의 친중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중국 기업을 지원해온 한 인사는 “고객들 사이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다음 정권이 과연 친중일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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