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불확실성 여전히 높아”
건설 투자 부진이 내수 회복의 발목을 잡는 가운데 미국발 관세전쟁 여파로 대미 자동차 수출이 감소하는 등 경기 전반이 미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진단이 나왔다.
KDI는 10일 발표한 ‘6월 경제동향’에서 “건설투자가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한 가운데 수출도 둔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KDI는 지난달 ‘경기둔화’라는 표현을 쓴 바 있는데, 이번 달에도 불안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국내 정국불안이 완화되고 미중 무역합의가 이뤄지면서 가계와 기업의 심리 지표가 개선됐지만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 “철강·알루미늄 관세의 추가 인상 및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우려 등으로 통상 불확실성은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KDI에 따르면 건설업 부진과 서비스업 둔화로 4월 전산업생산(0.9%→0.4%)이 전월보다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광공업생산(4.4%→4.9%) 중 반도체(20.3%→21.8%)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지만, 건설업과 서비스업의 부진이 전체 경기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4월 건설기성은 전년 동월 대비 20.5% 감소해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16.3%)보다 감소폭이 늘어난 수치다. 건축부문은 -23.0%로 주거용과 비주거용 모두에서 부진했고, 토목부문도 -12.6%를 기록했다.
수출 여건도 크게 악화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25%에서 50%로 추가 인상된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우려 등으로 통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5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3% 감소했고, 일평균 기준으로도 1.0%의 낮은 증가에 그쳤다.
특히 미국 관세 인상의 영향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대미 수출은 8.1% 감소했고, 높은 관세가 부과된 중국(-8.4%), 중남미(-11.6%)로의 수출도 동반 감소했다. 관세율이 대폭 인상된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32.0%나 급감했다. 5월 수출에서 반도체 등 ICT 품목은 일평균 기준 8.7%에서 17.0%로 증가하며 선전했지만, 이를 제외한 품목들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소비는 여전히 위축된 모습이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8을 기록해 기준치(10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완화됐다. 그러나 4월 소매판매는 승용차를 제외하면 1.9% 감소했다. 가전제품(-8.7%), 가구(-9.1%), 의복(-7.9%) 등 대부분 품목에서 소비가 줄어들었다. 서비스업도 숙박·음식점업(-2.5%), 교육서비스업(-0.9%) 등 소비와 밀접한 업종을 중심으로 부진했다.
고용 상황도 심각하다. 4월 취업자는 19.4만 명 증가했지만, 정부 일자리와 밀접한 부문을 제외한 민간 고용은 4.1만 명의 낮은 증가에 그쳤다. 건설업(-15만 명)과 제조업(-12.4만 명)에서 고용이 계속 감소하고 있고, 주 18시간 이상 고용도 9만명 줄어드는 등 고용의 질도 악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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