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려 앉는 자세, 발 받침대 활용해
자연스러운 각도 유지하는 것도 도움
무심코 넘겼던 화장실 습관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변기에 앉아 과도하게 힘을 주거나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행동이 심각한 심혈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해부학 교수 미셸 스피어는 12일(현지시간) 연구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 기고문을 통해 화장실에서 가장 위험한 행위로 ‘발살바 수기(Valvalva maneuver)’를 꼽았다. 배변 시 숨을 참고 복압을 높이며 강하게 힘을 주는 행위로, 가슴 내 압력을 높여 심장으로 되돌아가는 혈류를 급감시킨다.
스피어 교수는 “이 행위는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특히 치명적”이라며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거나 실신, 심한 경우 급사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주신경의 역할도 주목된다.
미주신경은 심장 박동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의 일부분이다. 과도한 힘주기나 직장에 가해지는 압력에 의해 자극될 경우 심장 박동이 지나치게 느려지고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실신에 이를 수 있다.
스피어 교수는 “화장실은 일상적인 공간처럼 보이지만, 역사적으로 왕과 유명인의 생명을 앗아간 장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화장실 관련 사망 사례 중 하나는 ‘엘비스 프레슬리’다. 그는 1977년 8월 16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자택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당시 42세였던 프레슬리는 오랜 기간 만성 변비와 아편계 약물 복용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장이 병적으로 확장된 상태였다. 사망 당시 화장실에서 심하게 힘을 주던 중 발살바 수기에 의해 부정맥이 유발됐다. 심장의 부담을 가중시켜 치명적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있다.
또 다른 사례는 1760년 영국의 조지 2세다. 그는 변기에서 일어난 직후 급사했다. 왕실에서는 이례적으로 부검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조지 2세는 대동맥류 파열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변 후 일어서는 순간 혈압이 급변하면서 이미 손상된 심장이 이를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 사회에는 새로운 위협 요소도 추가됐다.
스마트폰 사용 습관이다. 많은 이들이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장시간 머무르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로 인해 직장 주변 정맥에 지속적인 압력이 가해져 치질이나 항문 열상(점막 찢김) 위험이 높아진다.

스마트폰은 강력한 세균 전파 매개체가 될 수 있다.
화장실 환경에서 사용한 스마트폰에는 대장균 등 병원성 세균이 부착되기 쉽다. 손을 씻어도 기기 표면에 남은 세균을 통해 감염 위험이 지속될 수 있다.
스피어 교수는 변기 구조에도 주목했다. 서양식 앉는 변기는 쪼그려 앉는 변기에 비해 직장의 각도가 비효율적이라 배변 시 더 많은 힘이 요구된다.
그는 “가능하다면 짧은 시간 내 배변을 마치고, 쪼그려 앉는 자세나 발 받침대를 활용해 직장을 자연스러운 각도로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화장실에서는 오래 머물지 말고, 자연스럽고 편안한 배변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작은 습관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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