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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 알바”에 속아… 보이스피싱 연루 年 450건꼴

입력 : 2025-06-09 19:35:49 수정 : 2025-06-09 21: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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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판결문 검색해보니…

1심 사기 사건 중 2266건 해당
상권조사·경매보조 등 내걸고
범죄수익 세탁·전달 인력 구해
‘환전책’ 역할 징역 10개월형
“범죄 몰랐다” 주장에 무죄도

40대 직장인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솔깃한 광고를 봤다. ‘코인지갑 주소만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퀵서비스 배달원에게 현금을 받아 코인 판매업자에게 전달하는 간단한 심부름이었다. 그러다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제안에 직접 코인을 사서 전자지갑으로 전달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A씨에게 전달된 돈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죄수익금이었다.

 

9일 세계일보가 판결문 검색 서비스 LBox(엘박스)를 통해 분석한 결과 A씨의 사례처럼 합법적 돈벌이라는 말에 꾀여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는 사건이 해마다 450건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5년 사이 선고된 ‘사기’와 ‘사기방조’ 죄명 1심 판결문 중 ‘보이스피싱’과 ‘아르바이트’라는 단어가 포함된 사건은 2266건에 달했다. 큰돈에 현혹돼 의심스러운 정황을 외면하거나, 합법적인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지시에 따랐다가 결국 재판정에 피고인 신분으로 서게 된 것이다.

 

이들 사건 피고인들은 ‘부동산 상권조사’, ‘경매보조’, ‘변호사 사무실 서류전달업무’ 등 단순 업무이지만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속아 넘어갔다. 이는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자신들의 범죄수익을 세탁하거나 전달할 사람을 구하려고 이용하는 수법이다. 이들이 붙잡히는 순간 연락을 잠적하고 꼬리를 자르는 식이다. 심지어는 구직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이력서를 보고 합법적 회사인 척 접근하기도 했다.

 

범죄인 줄 몰랐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법원이 죄가 없다고 본 경우도 있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재판장 안효승)는 지난 4월23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몽골 국적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B씨가 지난해 8월 한 달간 피해자로부터 직접 받거나 인출해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전달한 범죄수익은 총 1억7232만원에 달했다. 검사는 B씨가 한국에서 4년 이상 거주했고 본명이 아닌 가명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가 충분히 속을 수 있었다고 봤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B씨에게 근무조건과 급여체계, 수습 기간 이후 정규직 채용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안내하며 “세무법인 고객관리 외근직 업무로 고객을 만나 서류를 전하거나 서류 회수 후 외근 담당자에게 이를 전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B씨가 가짜 사내 홈페이지에 접속해 입사지원서를 작성하면서 자신의 업무능력을 증명할 경력을 충실하게 기재한 점과 업무상 편의를 위해 한국 이름으로 바꾸라는 지시가 있었던 점도 참작됐다.

 

A씨도 범죄수익금인 줄 몰랐다고 항변했지만 피고인이 내국인의 경우엔 상황이 달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동식)는 지난달 9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업무 난도나 강도에 비해 과도한 일당으로 충분히 의심스럽다고 느낄 수 있었을 것이고, ‘보이스피싱이나 투자사기리딩 범죄가 아니냐’고 물은 만큼 자신이 환전책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는 판단에서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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