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단속 반발’ 시위대 수천명
구금센터 인근서 당국과 대치
트럼프 “마스크 쓴 사람들 체포”
한인회 “주민들 피해·혼란 심각”
불법 이민자 체포·추방에 반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가 사흘째 진행되면서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시위대 수천명이 LA 시내 중심가의 연방정부 청사 단지에 위치한 구금센터 인근에서 주 방위군 등으로 구성된 당국 요원들과 대치했다. 구금센터는 최근 체포된 불법 이민자 상당수가 현재 수감 중인 곳이다. 오토바이를 탄 2명이 시위 진압 요원 스크럼을 향해 돌진해 요원 2명이 부상하는 일도 발생했다.

시위대 일부는 LA 현지의 자율 주행 자동차 웨이모를 부수고 불을 지르기도 했다. 현지의 주요 도로인 101번 고속도로가 시위대에게 점거되는 일도 벌어졌다. LA 경찰은 최루탄, 고무탄, 후추탄 등을 연이어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시위대 상당수는 당국의 해산 시도 과정에서 체포됐다. 시위 현장에는 이날 이른 오전부터 주 방위군 300여명이 투입됐다. 주방위군은 LA 연방청사 인근의 시위 진압 임무에 배치됐다.
취재 기자가 부상을 입는 일도 벌어졌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전날인 7일 오후 9시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닉 스턴 사진기자가 당국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시위진압용 ‘스펀지탄’에 허벅지를 맞았다.

로스앤젤레스=EPA연합뉴스
시위가 점차 격화하자 LA 경찰국은 이날 다운타운 지역 전체를 집회 금지 구역으로 선포하고 “당장 이 구역을 떠나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얼굴 마스크를 쓴 사람을 지금 당장 체포하라”라고 적으며 더욱 강경대응을 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트루스소셜에 과거 LA 폭동 당시 자경단으로 활동한 한인의 모습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 남성이 건물 옥상에서 총을 들고 장전하는 사진과 함께 트럼프 주니어는 ‘옥상의 한국인들(Rooftop Koreans)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었다. 무법 상태였던 1992년 LA 폭동 당시 직접 총을 들고 자체 방위에 나선 한국인들을 통해 연방정부의 강경 대응을 옹호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 지난 6일 LA 중심가에서 불법체류자 급습 작전이 벌어지고 한인 업체에도 단속 당국이 들이닥치면서 현지 한인 사회에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라틴계 등 불법체류자를 고용하고 있던 한인 점주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현지 직원 채용 시 신분증을 가져올 것을 요구하지만 진위를 판별하기 어려운데, 이 때문에 피해를 입을 수 있어서다. LA 한인회는 앞서 성명을 내고 “한인은 물론 주민들의 피해와 혼란이 심각하다”며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는 연방 정부의 독선적인 단속 행태를 규탄하며 지역구 정치인들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