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출범 후 통일부가 처음으로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강력히 요청했다. 정권 교체와 함께 대북 전단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바꾼 것으로, 이번 요청은 대통령실과의 교감을 통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한 이 대통령의 첫 대북 메시지 성격으로 풀이된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2일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가 통일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27일, 5월8일에 이어 세번째로 전단을 살포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한 뒤 “이는 한반도 상황에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전단 살포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구 대변인은 “향후 유관기관, 관련 단체 등과 긴밀히 소통해 재난 안전법, 항공안전법 등 실정법상 전단 살포 규제가 준수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며 국회의 남북관계발전법 등 개정안 논의에도 적극 협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전후납북피해가족연합회는 지난 2일 오후9시쯤 경기도 파주 모처에서 풍선 4개를 북한을 향해 띄웠다. 이 사실을 지난 6일 뒤늦게 알린 단체는 접경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반발,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동원 등에 따른 부담을 고려해 비공개로 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혔다.
전단 내용은 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 전북 군산 선유도에서 납북된 김영남씨, 전남 홍도에서 납북된 4명의 학생, 최성룡 전후납북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의 부친인 최원모씨의 사진과 이들의 납북 경위 등이 명시된 생사확인 요구서, 대북 경고메시지 등이다. 단체 측은 납북자 생사확인이 될 때까지 전단을 계속 보낼 것이란 입장이다.
정부의 대북 전단 살포 관련 입장은 정권에 따라 바뀌어왔다. 윤석열정부는 헌법재판소가 “대북전단 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을 근거로 대북 단체의 전단 살포를 방관해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부가 직접 군을 통해 전단 발송을 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했고, 계엄령 선포와 관련해 북한을 의도적으로 자극해 도발 및 소요를 유도하려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북 전단 관련 정부 입장도 다소 유보적으로 바뀐 상태였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에는 전단을 보내는 단체들에게 신중한 판단을 요청하기 시작해 탄핵 정국 속 남북 긴장을 높일 수 있는 우발적 상황을 줄이려는 차원으로 해석됐다.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2023년 9월 있었던 헌재의 대북전단 금지법 위헌 결정 이후 처음으로 정부 차원에서 전단 살포 중지를 요구하게 됐다. ‘평화’에 방점을 찍은 이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따라 남북 간 신뢰 복구를 위한 조처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의 대북 전단 제재 여부는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였다.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에 쓰레기 풍선을 남쪽으로 내려보내는 등 강하게 반발해 왔는데, 이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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