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피해 경험률 12.3%… 8.4%p 감소
최근 3년 간 직장에서 성희롱을 겪은 사람의 75%는 별다른 조처 없이 ‘참고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율은 줄었으나 이처럼 ‘참고 넘어간’ 비율은 직전 조사 대비 8.5%p나 뛰었다.
여성가족부가 9일 공개한 ‘2024년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 75.2%는 대처행동으로 ‘참고 넘어갔다’를 택했다. 2021년 66.7%보다 높아진 것이다. 반면 ‘성희롱 행위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개인적으로 처리함’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최근으로 올수록 늘었다. 해당 비율은 2015년 6.8%, 2018년 6.9%, 2021년 7.3%, 2024년 7.7%를 기록했다. 이 외에 ‘동료에게 의논함’ 7.8%, ‘상급자에게 알리고 조치를 상의함’ 4.7%, ‘고충상담 창구를 이용함’ 0.6%, ‘사내 기구를 통해 공식 신고함’ 0.6%, ‘외부 기관을 통해 공식 신고함’ 0.0%였다.

‘참고 넘어감’이라고 응답한 경우 이유(복수응답)를 질문하자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서’라는 응답이 52.7%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 ‘행위자와 사이가 불편해질까봐’(33.3%), ‘문제를 제기해도 기관 및 조직에서 묵인할 거 같아서’(27.4%), ‘업무와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이나 불이익 등을 받을까 걱정돼서’(15.1%), ‘성희롱 관련 업무담당자가 공정하고 전문적으로 사건을 처리할 거 같지 않아서’(8.1%), ‘소문, 평판, 따돌림, 비난 등 두려움 때문에’ (7.9%) 순이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진은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컸지만, 조직에서 묵인하거나 공정하지 않은 사건 처리, 불이익, 따돌림과 비난 등 2차 피해 우려로 참고 넘어간 것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상급자에게 알리거나 고충상담창구에 상담하는 등 공식 신고를 한 뒤에도 조치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신고 뒤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는 23.0%였고 특히 민간사업체는 해당 응답이 35.9%에 달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율은 2021년(4.8%)보다0.5%포인트 하락한 4.3%로 조사됐다. 2차 피해률도 2021년(20.7%)보다 8.4%p 감소한 12.3%로 나타났다. 다만 공공기관과 민간 사업체를 나눴을 때 민간 사업체는 1.4%p 줄어든 2.9%였으나 공공기관은 3.7%p 늘어난 11.1%였다. 연구진은 “공공기관은 2021년 실태조사 당시 코로나19 방역지침 영향으로 피해 경험률이 크게 감소했는데 다시 이전 대면 중심 근무 방식으로 돌아오면서 피해 경험률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5개의 성희롱 피해 유형 중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3.2%), ‘음담패설 및 성적농담’(1.5%),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하는 행위’(0.8%) 등의 경험률이 높았다.
발생 장소로는 ‘사무실 내’(46.8%), ‘회식장소’ (28.6%)가 전체의 70%를 상회해 2021년 조사 결과와 유사했다. 다만 ‘온라인(단톡방, SNS, 메신저 등)’이라는 응답률이 7.8%로 2021년(4.7%)보다 3.1%p 증가했다. 온라인에 기반한 생활이나 비대면 업무방식이 늘어나는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성희롱 방지 업무 인지도는 높아졌다. ‘성희롱 예방지침이 있다’(80.8%)와 ‘고충상담원, 고충상담창구 등이 지정 및 운영되고 있다’(69.1%)는 응답이 2021년 대비 각각 12.1%p, 16.3%p 상승했다. 직장 내 고충전담창구 이용 및 고충상담원 권유 의사가 ‘있다’는 응답도 90.8%로 2021년 조사 대비 15.0%p 올랐다. 여가부는 “직장 내 성희롱 방지 시스템 신뢰도가 일정 수준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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