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교육지원법 개정 됐지만
시도교육청, 재학생만 응시 허용
“등교 불가 이유 교육서비스 배제
응시신청 거부 행위 명백한 위헌”
교육청 ‘현행법상 불가피’ 입장
일각 “교육감들이 적극 나서야”
“학교에 다니진 않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준비하고 있어요. 우리도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를 치렀으면 좋겠어요.”
전국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학평을 치른 이튿날인 5일, ‘학교 밖 청소년’ 4명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찾았다. 이들은 공익인권법단체 ‘두루’와 함께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에게도 학평 응시자격을 부여해 달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각 시도 교육청이 주관하는 학평은 재학생에 한해 응시 기회가 주어지는 탓이다. 검정고시 출신 대통령까지 나왔지만, 사회에서 학교 밖 청소년은 여전히 제도권 밖에 있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고졸 검정고시를 통해 수능 응시자격을 부여받은 학교 밖 청소년은 각 시도 교육청이 주관하는 학평에 응시할 수 없다. 홈스쿨링이나 대안학교 등을 통해 교육을 받는 경우 교육청이 아닌 여성가족부 관할 아래에 놓인다.
이들은 학평의 기회를 얻는 것이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2022년 학교를 떠난 정지윤씨는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학교에서 (중간·기말고사 포함) 매달 시험을 보는 것과 1년에 2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모의고사를 치르는 건 천지 차이”라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 6인은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앞서 3월 서울시와 경기도, 부산시 교육청에 2025년 실시하는 모든 학평에 대한 응시 신청을 보냈다. 이들은 “학평은 수능 적응력 향상, 학력 진단, 진로 설계, 사교육비 절감 등의 기능을 위한 제도”라며 “학교에 다니면 연 4회, 3년간 총 12회 실전 기회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수능에 앞서 학평 응시 기회를 주는 것이 공평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각 시도 교육청은 ‘현행법상 교육청이 실시하는 시험에 학교 밖 청소년은 응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4월7일 공문을 통해 “학평은 초·중등교육법 제9조 제1항과 17개 시·도교육청의 합의에 따라 ‘고등학교 재학생’ 중 희망 학교 및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고등학교 교수 학습 과정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평가”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5학년도 고등학교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행기본 계획(안)’은 그 대상을 ‘희망 학교 및 학생(고등학교 1·2·3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규정한다.
이들이 결국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배경이다. 학평 응시 신청을 거부한 행위와 시도 교육청이 발표한 시행계획이 위헌적이라는 입장이다. 헌법소원을 대리한 홍혜인 변호사는 “등교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교육부가 제공하는 모든 교육 서비스에서 배제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헌법은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천명한다”고 말했다.
여가부에 따르면 2023 학교 밖 청소년 규모는 약 16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9월 시행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교육감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에 의무를 부여했다. 그동안 여가부에만 맡겨진 학교 밖 청소년 교육지원이 국가와 지자체에도 지원 가능하게 법이 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감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씨는 “학교를 다니지 않으니 나약하고 문제가 있다거나 본인 선택이니 부당한 대우를 참으라는 시선이 가장 힘들다”며 “단지 ‘학교 밖’에 있을 뿐이지 교육의 권리 밖에 있어선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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