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일 강경 발언 경계심 남아
수교 60주년 맞아 새 비전 모색을”

“한국과 일본은 고도화한 북한 핵 위협과 미·중 갈등 대처, 미국과의 안보 협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빨리 만나고 자주 소통해야 한다.”
기미야 다다시(65·木宮正史·사진) 전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전화통화에서 현재의 국제 환경에서는 한·일관계 강화가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핵 위협 대응 과정에서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미·중이 구조적 대립 관계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일·한(한·일)은 안보 가치관을 공유하는 미국과의 관계를 주축으로 하면서도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도 잘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입장”이라며 “양국은 또 각자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미야 전 교수는 이 대통령이 “한·일 협력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한 점 등에 비춰 과거사 문제 등 양국 간 갈등 요소를 잘 관리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 대통령이 외신(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일본 군사력이 한국을 겨냥한다고 보는 게 아니라 양국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개념으로 인식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이 세계 10위 경제대국, 5위 군사대국이라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린 것으로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등을 공약한 것을 두고는 “선거운동 중에 그다지 강조되지 않았다”면서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1995년 무라야마 담화 등 양국 간에 쌓아온 성과를 재확인하는 선에서 한국 새 정부가 일본과 접점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본 내에는 아직 이 대통령의 과거 대일 강경 발언 등으로 인한 경계심이 남아 있다며 “이시바 총리와 조속히 만나 ‘한·일관계를 잘 풀어나가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두 정상 간 첫 대면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도 이 대통령이 참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서방 국가들의 안보공동체인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한다면 “한국 외교의 연속성·일관성을 뒤흔들 것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미야 전 교수는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도 “문재인 전 대통령이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엇박자를 낸 데는 소통 부재에서 온 불신 탓이 컸다”며 한·일 정상 간 허심탄회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이후 변화한 동북아 전략환경을 반영해 한·일 협력의 새 비전을 담은 ‘수교 60주년 공동선언’이 그 과정에서 나올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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