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미국, 일본, 독일(당시 서독),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6개국 정상이 프랑스에 모여 회의를 열었다.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1971) , 1차 석유파동(1973) 등을 겪으며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 형성에 관해 논의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력한 요구로 이듬해인 1976년부터 캐나다도 이 모임에 포함됐다. 주요 7개국(G7)이란 개념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말 그대로 세계 최고 선진국들만 참여하는 클럽인 만큼 그 정상회의가 열리면 회원국이 아닌 나라들 언론의 시선도 집중된다. 1980∼1990년대 우리 외무부(현 외교부)에선 장관, 차관, 차관보 등 부처 핵심 인사 7명을 ‘G7’이란 약칭으로 부르곤 했다. 우리도 거기에 끼고 싶다는 외교관들의 부러움이 반영된 농담일 것이다.

2021년 6월 영국 콘월에서 G7 정상회의가 열렸다. 의장국인 영국의 초청으로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회의에 참석했다. 한국 정상이 G7 회원국 정상들과 함께한 것은 그때가 사상 처음이었다. 실은 한 해 전인 2020년 미국이 주최할 예정이던 G7 정상회의에도 한국은 초대를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회의가 사실상 무산되며 문 대통령의 미국행 또한 불발에 그쳤다. 우리 정상이 최초로 이른바 ‘선진국 클럽’ 회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을 두고 “한국의 국가적 위상이 그만큼 인정을 받았다”, “한국이 G7 회원들과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가 됐다” 등 긍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2023년 G7 정상회의는 일본이 의장국을 맡아 그해 5월 히로시마에서 개최했다. 일본은 ‘G7이 한국을 새로 가입시켜 G8로 확대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바 있다. 그래도 윤석열정부 들어 한·일 관계가 크게 개선됐다고 여긴 일본은 한국에 초대장을 보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G7 회원국과 비회원국이 함께한 확대 정상회의에서 ‘법치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주제로 연설했다.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 정상과도 양자회담을 가지며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올렸다. 이를 계기로 한국까지 포함한 G8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차츰 확산하던 시점에 12·3 비상계엄 사태로 우리 국격이 추락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州)의 휴양지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참석을 확정 지었다. 캐나다 정부가 정식 초청 의사를 밝힘에 따라 7일 우리 대통령실이 수락 사실을 공표한 것이다. 이로써 갓 취임한 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등과 상견례를 갖고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 정세에 관해 의견도 나눌 장(場)이 펼쳐지게 됐다. 이 대통령으로선 국제 외교 무대에 말 그대로 데뷔를 하는 셈이다. 이 대통령이 계엄 사태로 실추된 한국의 위상을 회복하고 동맹과 우방은 물론 다른 세계 주요국을 상대로 우리 주권과 국익을 적극 대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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