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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민, 전쟁 중인 우크라보다 독일·영국 더 미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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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08 07:24:55 수정 : 2025-06-08 09: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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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적대국’ 물은 설문조사 결과 공개
獨 55%, 英 49%, 우크라 43%, 美 40% 순서
‘종전 중재’ 트럼프 취임 후 반미 감정 확 줄어

오늘날 러시아 국민은 미국이 아닌 독일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간주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러시아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는 것과 달리 독일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다량의 무기를 제공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독일 육군 장병들이 국기를 앞세운 채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독일은 최근 러시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 ‘가장 적대적인 외국’ 1위로 꼽혔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7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모스크바에 기반을 둔 독립 여론조사 기관 레바다(Levada)는 최근 러시아 국민을 상대로 적대적인 외국과 호의적인 외국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5월 22∼28일 이뤄진 이 설문조사에는 18세 이상 러시아인 1613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에 적대적인 국가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5%가 독일을 지목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인 2020년 5월의 조사 결과와 비교해 무려 40%P나 증가한 수치다. 영국이 49%로 2위, 우크라이나가 43%로 3위를 각각 차지했다. 러시아 국민이 지금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보다 독일, 영국을 더 미워한다는 점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독일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기 전까지는 유럽연합(EU) 역내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나라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전쟁 발발 이후 EU는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에 나섰고 독일도 가스 수입을 중단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인 독일은 그에 걸맞게 미국 다음으로 많은 양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지난 2월 총선에서 승리한 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을 주축으로 한 연립정부가 5월 초 출범하며 러시아를 대하는 독일의 태도는 더욱 강경해졌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러시아를 겨냥해 독일의 국방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한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타격도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나섰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독일 양국 관계가 파탄이 날 수도 있다”며 분노를 터뜨린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은 지난 2018년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년간 줄곧 ‘러시아인이 미워하는 나라’ 1위였던 미국은 이번 조사에서 40%로 우크라이나보다도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조사 때의 76%와 비교하면 무려 36%P 감소했다. 올해 1월 취임한 트럼프가 분쟁 종식을 위한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특히 우크라이나를 향해 ‘러시아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선에서 전쟁을 끝내라’는 취지의 압박을 가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러시아 국민이 우호감을 느끼는 국가로는 벨라루스(80%), 중국(67%), 카자흐스탄(36%), 인도(32%), 북한(30%)이 차례로 꼽혔다. 약 1만4000명의 병력을 러시아에 보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함께 싸운 북한이 5위에 그친 점은 의외다. 이 같은 사실이 러시아인들 사이에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만든다. 러시아는 파병의 대가로 북한에 첨단 무기를 제공하고 관련 기술도 이전하는 등 군사적 밀착을 가속화하고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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