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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여제’ 김가영 “한계를 넘어 누군가의 높은 목표가 되고 싶어” [정필재의 필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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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07 11:07:17 수정 : 2025-06-07 11: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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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25시즌 LPBA에서 김가영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다. 전무후무한 36연승을 달렸고 월드 챔피언십을 포함해 7개 대회 트로피를 연속으로 가져왔다. 새 시즌인 2025~2026 LPBA 개막을 앞두고 다른 선수들의 목표는 ‘타도 김가영’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구여제’는 평온했다. 여제라는 별명은 부담스럽지만 늘 겪었던 일이라나.

김가영 LPBA 당구선구. 고양=이재문 기자

김가영은 지난달 경기도 고양시 개인 연습장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포켓볼을 칠 때부터 ‘타도 김가영’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익숙하다”며 “하루, 이틀도 아니고 평생 들어왔는데 새삼스럽게 부담을 느끼겠느냐”고 여유를 보였다.

 

지난시즌 김가영은 본격적으로 당구계 최고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나오는 대회마다 우승을 차지하는 데 유명세를 얻지 못하면 이상할 정도가 됐다. 농구에 르브론 제임스와 마이클 조던, 축구에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다면 당구계에서는 김가영 그들 이상의 성과를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된 것이다. 김가영은 “솔직히 당구선수가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라며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어 “아직 나아갈 길이 먼데 ‘당구 여제’ 같은 별명도 부담스럽다”며 “해외에서 활동할 때 얻은 ‘마녀’가 차라리 나은 것 같다”고 웃었다.

 

지난 시즌 김가영은 당구 실력이 는 덕분에 많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김가영은 “경기 전 테이블과 공, 또 경기장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짧아졌다”며 “훈련할 때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안정감을 찾기까지 시간도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김가영 LPBA 당구선구/2025.05.19./고양=이재문 기자

이어 “경험이 쌓이고 우승을 많이 해서 당구가 늘었다고 하는 게 아니라 숫자가 증명해 준다”며 “에버리지가 분명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강조했다. 실제 PBA가 출범했던 2019~2020시즌 에버리지 0.860을 기록했던 김가영은 2021~2022시즌 평균 1.018로 1점대의 벽을 깼고, 올 시즌엔 에버리지 1.208을 기록했다. LPBA에서 에버리지 1을 넘어선 선수는 김가영이 유일하다. 김가영은 “정말 좋은 선수가 되려면 더 높은 에버리지를 기록해야 한다”며 “내가 조던이 농구하는 것처럼 당구를 친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 역시 최대치까지 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남자부인 PBA 하위권 선수들 에버리지가 1.2 정도가 나오는 것과 비교해 보면 난 절대 당구를 잘 치는 게 아니다”라며 “LPBA에서 최고라고 불리는 선수들을 이긴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PBA에 도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가영은 “이벤트성은 싫고 정말 PBA선수들과 비벼볼 수 있을 때 고민해 볼 것”이라며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숫자 정도는 나오는 순간이 되지 않을까”고 예상했다.

김가영 LPBA 당구선구/2025.05.19./고양=이재문 기자

이 점은 ‘여제’ 김가영을 당구대 앞으로 불러 세워 쉼 없이 훈련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가영은 “새 시즌 ‘목표로 몇 승을하겠다’ 이런 것보다 에버리지를 높이고 싶다”며 “남자 선수보다 부족한 건 힘 뿐인데, 당구는 힘으로 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만큼 에버리지를 높여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여자 선수는 에버리지 1을 찍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해왔지만 깨지 않았느냐”며 “앞으로 많은 선수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높은 곳까지, 한계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꿈을 공개했다. 또 김가영은 “타도 김가영이라고 하는데 그런 김가영이 너무 낮게 있으면 안된다”며 “당구를 치는 사람들에게 높은 목표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가영 LPBA 당구선구/2025.05.19./고양=이재문 기자

뚜렷한 목표를 가진 김가영은 재능보다 노력으로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당구에서는 타고난 능력보다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선수생명이 짧은 스포츠는 실패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재능이 중요하겠지만 당구처럼 선수생명이 긴 종목은 실패하고, 회복하고, 또 포기하지 않고 한다면 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 생명이 길다보니까 어쩌면 되지도 않는 거 붙잡고 있느라고 더 괴로울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기회가 더 많은 것”이라며 “끝까지 하다보면 당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분명 꽃을 피울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가영은 어린시절부터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이에 김가영은 “그 나이부터 저 만큼 열심히 친 사람이 없었으니까”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가영은 “어렸을 때부터 승부욕이 강했기 때문에 무조건 일등을 해야 하는 그런 아이였다”며 “누군가 훈련량을 정해주면 많은지 적은지 생각하지 않고 일단 무조건 따랐다”고 돌아봤다. 이어 “초등학생 때 당구가 좋아서 선수가 되고 싶다면 일단 2000은 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노력했지만 중 1때 700까지 밖에 못 쳐서 결국 포켓볼로 전향한 것”이라며 “포켓볼을 칠 땐 ‘세계 챔피언이 될 때까지 쳐야한다’는 목표 제시에 ‘하겠다’고 했고, 결국 21살 때, 8년이 걸려 이뤘다”고 추억했다. 이어 “학교 가기 전 유산소 운동을 하고, 수업이 끝나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뒤 잠들기 전까지 기술훈련을 했다”며 “선수 풀이 적은 것도 있었지만 정말 지독하게 훈련했다”고 자부했다.

 

김가영은 비시즌에도 당구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하면서 보냈다. 김가영은 “당구는 한 쪽으로만 움직이는 편측운동이기 때문에 비시즌에는 수영이나 프리다이빙 같이 신체 균형을 맞춰 줄 수 있는 운동을 한다”며 “골프나 볼링, 탁구 같은 종목은 되도록 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가영은 “골프 신지애나 볼링 유서연 같은 선수들과 가까이 지내는 걸 보면 이상하기도 하다”며 “그 외에 당구를 좋아하는 체육인들과 자주 어울린다”고 소개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김가영이 당구 시범을 보여줬다. 김가영은 당구 큐 잡는 법도 제대로 모르는 초보들에게 “공을 칠 때 끊어 치지 말고, 공을 대고 민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스핀은 공이 가는 쪽으로 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PBA-LPBA는 15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출범 후 최다인 10개 투어를 진행한다.


고양=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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