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025시즌 LPBA에서 김가영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다. 전무후무한 36연승을 달렸고 월드 챔피언십을 포함해 7개 대회 트로피를 연속으로 가져왔다. 새 시즌인 2025~2026 LPBA 개막을 앞두고 다른 선수들의 목표는 ‘타도 김가영’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구여제’는 평온했다. 여제라는 별명은 부담스럽지만 늘 겪었던 일이라나.

김가영은 지난달 경기도 고양시 개인 연습장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포켓볼을 칠 때부터 ‘타도 김가영’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익숙하다”며 “하루, 이틀도 아니고 평생 들어왔는데 새삼스럽게 부담을 느끼겠느냐”고 여유를 보였다.
지난시즌 김가영은 본격적으로 당구계 최고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나오는 대회마다 우승을 차지하는 데 유명세를 얻지 못하면 이상할 정도가 됐다. 농구에 르브론 제임스와 마이클 조던, 축구에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다면 당구계에서는 김가영 그들 이상의 성과를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된 것이다. 김가영은 “솔직히 당구선수가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라며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어 “아직 나아갈 길이 먼데 ‘당구 여제’ 같은 별명도 부담스럽다”며 “해외에서 활동할 때 얻은 ‘마녀’가 차라리 나은 것 같다”고 웃었다.
지난 시즌 김가영은 당구 실력이 는 덕분에 많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김가영은 “경기 전 테이블과 공, 또 경기장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짧아졌다”며 “훈련할 때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안정감을 찾기까지 시간도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험이 쌓이고 우승을 많이 해서 당구가 늘었다고 하는 게 아니라 숫자가 증명해 준다”며 “에버리지가 분명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강조했다. 실제 PBA가 출범했던 2019~2020시즌 에버리지 0.860을 기록했던 김가영은 2021~2022시즌 평균 1.018로 1점대의 벽을 깼고, 올 시즌엔 에버리지 1.208을 기록했다. LPBA에서 에버리지 1을 넘어선 선수는 김가영이 유일하다. 김가영은 “정말 좋은 선수가 되려면 더 높은 에버리지를 기록해야 한다”며 “내가 조던이 농구하는 것처럼 당구를 친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 역시 최대치까지 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남자부인 PBA 하위권 선수들 에버리지가 1.2 정도가 나오는 것과 비교해 보면 난 절대 당구를 잘 치는 게 아니다”라며 “LPBA에서 최고라고 불리는 선수들을 이긴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PBA에 도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가영은 “이벤트성은 싫고 정말 PBA선수들과 비벼볼 수 있을 때 고민해 볼 것”이라며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숫자 정도는 나오는 순간이 되지 않을까”고 예상했다.

이 점은 ‘여제’ 김가영을 당구대 앞으로 불러 세워 쉼 없이 훈련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가영은 “새 시즌 ‘목표로 몇 승을하겠다’ 이런 것보다 에버리지를 높이고 싶다”며 “남자 선수보다 부족한 건 힘 뿐인데, 당구는 힘으로 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만큼 에버리지를 높여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여자 선수는 에버리지 1을 찍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해왔지만 깨지 않았느냐”며 “앞으로 많은 선수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높은 곳까지, 한계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꿈을 공개했다. 또 김가영은 “타도 김가영이라고 하는데 그런 김가영이 너무 낮게 있으면 안된다”며 “당구를 치는 사람들에게 높은 목표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뚜렷한 목표를 가진 김가영은 재능보다 노력으로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당구에서는 타고난 능력보다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선수생명이 짧은 스포츠는 실패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재능이 중요하겠지만 당구처럼 선수생명이 긴 종목은 실패하고, 회복하고, 또 포기하지 않고 한다면 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 생명이 길다보니까 어쩌면 되지도 않는 거 붙잡고 있느라고 더 괴로울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기회가 더 많은 것”이라며 “끝까지 하다보면 당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분명 꽃을 피울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가영은 어린시절부터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이에 김가영은 “그 나이부터 저 만큼 열심히 친 사람이 없었으니까”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가영은 “어렸을 때부터 승부욕이 강했기 때문에 무조건 일등을 해야 하는 그런 아이였다”며 “누군가 훈련량을 정해주면 많은지 적은지 생각하지 않고 일단 무조건 따랐다”고 돌아봤다. 이어 “초등학생 때 당구가 좋아서 선수가 되고 싶다면 일단 2000은 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노력했지만 중 1때 700까지 밖에 못 쳐서 결국 포켓볼로 전향한 것”이라며 “포켓볼을 칠 땐 ‘세계 챔피언이 될 때까지 쳐야한다’는 목표 제시에 ‘하겠다’고 했고, 결국 21살 때, 8년이 걸려 이뤘다”고 추억했다. 이어 “학교 가기 전 유산소 운동을 하고, 수업이 끝나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뒤 잠들기 전까지 기술훈련을 했다”며 “선수 풀이 적은 것도 있었지만 정말 지독하게 훈련했다”고 자부했다.
김가영은 비시즌에도 당구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하면서 보냈다. 김가영은 “당구는 한 쪽으로만 움직이는 편측운동이기 때문에 비시즌에는 수영이나 프리다이빙 같이 신체 균형을 맞춰 줄 수 있는 운동을 한다”며 “골프나 볼링, 탁구 같은 종목은 되도록 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가영은 “골프 신지애나 볼링 유서연 같은 선수들과 가까이 지내는 걸 보면 이상하기도 하다”며 “그 외에 당구를 좋아하는 체육인들과 자주 어울린다”고 소개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김가영이 당구 시범을 보여줬다. 김가영은 당구 큐 잡는 법도 제대로 모르는 초보들에게 “공을 칠 때 끊어 치지 말고, 공을 대고 민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스핀은 공이 가는 쪽으로 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PBA-LPBA는 15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출범 후 최다인 10개 투어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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