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환경의 날’(6월 5일)을 맞아 국내 유통업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탄소 저감 목표를 구체화하고 친환경 소재 개발에 나서는 한편, 폐기물 재활용, 포장재 절감, 에너지 효율 개선 등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전개하며 지속가능경영을 강화하는 추세다.
유통업계는 오랜 기간 포장재와 물류 중심의 산업 구조로 인해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들어 윤리적 소비와 기후 위기 대응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면서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 중 하나는 애경산업이다.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중심으로 한 이 기업은 폐기물 재활용률을 대폭 끌어올리며 친환경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2022년 51.9%였던 재활용률은 2023년 79%, 지난해에는 88.9%까지 상승했다. 청양공장에서는 협력사들과 함께 폐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비료로 활용하고, 폐플라스틱은 가공해 재생 플라스틱 원료로 전환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대표 즉석밥 제품 ‘햇반’ 용기의 업사이클링에 나섰다. 플라스틱 재활용 전문기업 승진케미칼과의 협약을 통해 햇반 용기를 회수·재가공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2022년부터 자체 사업장을 비롯한 전국 211개 지점에 수거함을 설치해 운영 중이며, 회수된 용기는 재생 플라스틱 원료로 탈바꿈한다. 그동안 재활용이 가능함에도 대부분 소각 처리되던 햇반 용기를 적극적으로 순환 자원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패션 분야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소재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특히 ‘세계 환경의 날’을 기념해 효성티앤씨와 협업한 친환경 컬렉션을 선보였다. 일부 참여 브랜드에는 리사이클 원사 ‘리젠’과 오가닉 코튼 혼방 소재가 제공됐으며, 이 소재는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냉감 기능성 원단 ‘리젠 아스킨’으로 제작된 반소매 티셔츠에 적용되었다. 기능성과 친환경을 모두 충족시키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향수 브랜드 본작도 친환경 행보에 동참했다. 본작은 자사 브랜드 ‘셀바티코’의 공병을 재활용하기 위해 글로벌 순환자원 전문업체 테라사이클과 제휴를 맺고, 오는 24일부터 공병 회수 캠페인 ‘셀비지’를 전개한다. 고객이 다 쓴 향수 공병을 현대백화점 판교점·중동점·청주 커넥트현대 등 지정 매장에 반납하면, 테라사이클이 수거 후 자체 재활용시설(MRF)로 운반해 재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번 캠페인은 신규 팝업스토어에서도 함께 진행된다.
이외에도 유통업계 전반에서는 포장재 감축, 저탄소 물류 전환, 신재생 에너지 도입 등 다각도의 ESG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ESG 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됐다”며 “친환경 노력을 통해 기업 이미지 제고와 소비자 신뢰를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