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공전 상태를 거듭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운영 체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되는데, 현재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몫인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2명만 있는 상태다. 더구나 김 부위원장도 사의를 표명한 상태로 지난달 28일 서면회의 이후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2인 체제’에서도 방통위를 적극적으로 운영하며 의사 결정을 추진해왔다. 방통위는 지난해 7월 KBS 이사 추천·선임안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 당시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등이 2인 체제 의결이 위법하다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차기 이사진 임명에 제동을 걸렸다. 현재는 임명 무효 확인 소송 등이 진행 중이다.
방통위는 지난 3월 전체회의에서 신동호 EBS 사장 임명 동의 건도 의결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이 임명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김유열 EBS 사장이 다시 업무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사실상 방통위 2인 체제가 연이은 적법성 시비로 ‘식물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 위원장은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 5일 이 대통령이 소집한 새 정부 국무회의에도 참석했다.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가 내년 8월까지여서 윤석열 대통령 시절 임명된 그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진통이 불가피한 상태다.
현행법상 방통위 구성은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 2인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에서 여당몫 1명과 야당몫 2명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 위원장이 직을 고수하는 상태에서는 이 위원장과 야당 몫이 과반인 3명이 되기 때문에 여야가 인선에 합의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설사 인선에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이 위원장이 전체회의 소집과 안건 상정 등의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권 입장에선 까다로운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 인선 협상에 나서는 대신 국회 과반 의석의 힘을 바탕으로 방통위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당이 방통위 설치법을 개정하면서 시행 전 임명된 위원 임기가 시행 이후 만료되는 규정을 넣는 식의 방법으로 이 위원장 임기를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현행 방통위 구조에 대한 회의론이 힘을 받고 있다. 2008년 방통위가 중립성 보장을 목표로 합의제 기구로 출범했지만, 상임위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으로 방통위 파행이 거듭되고 있고 상임위원의 성향에 따른 방송 장악 논란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아예 현행 방통위 체제에 대한 대수술이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 방통위 업무를 다시 부처로 이관하거나 위원 구성 형태를 전면 개편한 새로운 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대선 전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등 미디어 3개 학회는 위원회 구조인 기존 방통위 조직을 폐지하고 독임제 부처로 만드는 안을 각 당 후보 측에 전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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