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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환율 관찰국에 韓 재지정…정교한 대응으로 국익 지켜야 [논설실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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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06 16:30:00 수정 : 2025-06-06 16: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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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원화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미국이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했다. 미 재무부는 5일(현지시간) 의회에 보고한 ‘주요 교역 대상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스위스 등 9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이로써 한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인 지난해 11월에 이어 관찰대상국에 다시 포함됐다. 관찰대상국 지정으로 당장 불이익이 가해지진 않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그간 천문학적인 무역적자가 주요 교역국의 불공정한 환율 정책에 원인이 있다고 주장해온 만큼 허투루 볼 사안은 아니다.    

트럼프 2기 출범 후 처음 발표된 이번 반기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점은 ‘미국 우선 무역정책’에 따라 앞으로 교역국의 환율 정책과 관행에 대한 분석을 강화해 불공정한 관행이 포착된 국가에는 관세 부과를 권고할 수 있다고 경고한 대목이다. 그러면서 교역국의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가 평가절상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표면적으로는 무질서한 시장 여건이나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개입하는 상황을 보다 집중 분석할 수 있다고 콕 집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교역국의 8대 비관세 부정행위 중 환율 조작을 가장 먼저 든 것과 일맥상통한다.

 

한국과 같이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보고 있는 교역국의 환율이 내려가지 않는 것(통화 가치 평가절하)은 해당 국가의 중앙은행을 비롯한 외환당국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 즉 환율 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시각이다. 미 재무부는 더불어 거시건전성 조치, 자본 유출입 조치, 연기금 또는 국부펀드와 같은 정부 투자기관 등을 활용한 경쟁적 평가절하 여부 등도 불공정한 환율 정책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처럼 평가 기준이 강화된 만큼 우리 외환당국은 앞으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달러 약세를 통해 천문학적인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환율관찰대상국 재지정을 명분 삼아 우리나라에 대한 통상 압력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정교한 대응으로 국익을 지키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미 재무당국은 관세협상의 일환으로 환율 분야를 협의하고 있는데, 미국 측이 직접적으로 원화 가치 절상 압박을 하지 않더라도 원화 약세를 제한하는 각종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작년 기준 557억 달러)를 올리고도 원화 가치가 크게 절상되지 않는 것은 미국의 고금리로 달러가 강세를 띤 데다 미국에 대한 금융 및 실물투자 증가로 한국에서 달러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상계엄을 둘러싼 우리나라 정치적 혼란에도 그 원인이 있었다. 실제로 주간시장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21대 대선 투표 직전일인 지난 2일 1373.1원에서 5일 1358.4원으로 14.7원 하락(원화 가치 상승)했다. 미국의 경기·고용지표 부진에 따른 달러 약세까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협상 테이블에선 이처럼 현재의 원·달러 환율 수준에는 다양한 시장 요인이 반영된다는 점을 내세워 미국의 과도한 요구를 피해나가는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협상은 겉으로 보면 상호·품목관세 부과에 방점이 찍힌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대미 무역 흑자국의 통화가치를 평가절상(달러 약세)시키는 데 있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의 이런 압박에 일방적으로 밀린 나머지 원화 가치가 과도하게 오르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구조는 치명상을 입는다. 우리는 경기 진작을 위한 추가 금리 인하와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앞둔 상황이어서 원화 강세까지 맞물리면 버블이 생성될 우려도 크다. 그 결과 구조조정 및 구조개혁이 지연돼 버블 붕괴 후엔 금융기관 부실과 이른바 ‘좀비 기업’의 확산에 따른 저성장이 닥친다.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목적으로 한 1985년 ‘플라자 합의’ 결과 엔화 가치가 3년 만에 두배 가량 뛰면서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장기침체에 빠진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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