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어제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다. 거취에 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제외한 비대위원 전원도 사퇴했다. 이들은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응당 그만뒀어야 한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에게 민주화 이후 대선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내주며 무너진 참패인 만큼 국민의힘은 뼈저리는 반성과 쇄신이 무엇보다 우선일 것이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차기 당권 경쟁에만 혈안이 된 모습이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친한(친한동훈)계는 조기 전당대회 실시를 통해 당 지도부를 완전히 새로 꾸리자고 주장한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김문수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한 한동훈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반면 친윤(친윤석열)계는 지금의 김 비대위원장 체제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김 비대위원장 임기가 얼마 안 남은 데다 현재로선 선거 패배에 따른 충격 추스르기와 조직 안정이 먼저라는 이유에서다. 저마다 그럴듯한 근거를 들고 있으나 결국은 향후 당권 경쟁을 의식한 셈법일 뿐이다.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참패한 원인은 명약관화하다. 선거전이 막판에 달한 순간까지도 친한계와 친윤계로 갈려 서로 다투는 추태를 보였다. 일부 경선 패배자와 의원들은 대선은 아예 포기한 듯 김 후보의 선거운동을 제대로 돕지 않았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끌어들여 김 후보와 무리한 단일화를 시도했다가 되레 당내 갈등의 골만 더욱 깊어졌다. 특히 친윤계가 윤석열 전 대통령 및 그 지지층과의 절연을 거부한 것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반대하고 탄핵을 찬성한 중도층의 표심을 잡는 데 실패하는 근본 원인이 되지 않았나.
이 대통령이 역대 대선후보 가운데 제일 많은 표를 얻었으나 득표율은 49.42%로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보수는 물론 일부 중도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일방적인 여대야소 및 진보 정당의 독주를 우려하는 견제 심리가 발동한 결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김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각각 받은 표를 더하면 이 대통령 득표 수와 거의 비슷하다. 보수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가 여전히 크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이 이대로 당권 경쟁과 계파 싸움에만 골몰하다가 혁신 기회마저 놓친다면 대한민국 보수 정당에 더는 미래가 없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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