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외치는 친한계 vs 대여투쟁 강조 친윤계
‘여당의 입법 드라이브를 막을 방법이 없는 소수 야당’, ‘그마저도 내분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하기 어려운 패배 집단.’
3년 만에 정권을 내준 국민의힘의 상황이다.

대선 패배 첫날인 4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나 의원총회 개최도 없이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는 가운데 친한(친한동훈)계에선 지도부 총사회와 전면 쇄신 요구가 터져나왔다.
어느 정당이나 규모가 큰 곳에선 선거가 끝나면 옥신각신하기 마련이지만, 국민의힘의 자중지란은 3년 전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훨씬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파면에 대한 내부 입장 차가 여전하고, 옛 친윤(친윤석열)계의 경우 쇄신 요구를 신흥세력(한동훈계)의 기득권 교체 시도로 여길 수 있어서다.
소속 대통령의 탄핵∙파면으로 치러지는 불리한 선거에서조차 후보 교체 파동을 일으킨 데는 기득권의 저항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옛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등의 골도 깊다.

◆한동훈 “계엄 옹호 구태정치 허물어야”
국민의힘에선 새 지도부의 구성 여부와 시기, 방식 등 당 수습방안에 대한 내부 이견이 감지된다.
당장 친한계는 포격을 퍼부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대선 패배와 관련해 “국민께서 ‘불법 계엄’과 ‘불법 계엄 세력을 옹호한 구태정치’에 대해 단호한 퇴장 명령을 내리신 것”이라며 “기득권 정치인들만을 위한 지긋지긋한 구태 정치를 완전히 허물고 정치를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라고 밝혔다.
진종오 의원은 “우리는 쇄신하지 못했다. 계엄을 옹호한 채 보수의 가치만을 외치며 뻔뻔한 한 표를 애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들은 알고 우리만 모르는 경선 과정에서 ‘양권’(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의 서슬스럽고 사나운 장도의 칼날은 혁신의 부름을 외치는 이들에게는 잔학무도하리만큼 막강한 힘이 됐다”며 “경선 과정을 짜놓은 듯한 한덕수 국무총리 밀어붙이기 과정을 바라본 당원과 지지자들의 한탄을 낳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2·14 탄핵소추안 가결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통한의 시간은 묻힌 채 질서 있는 퇴진을 줄기차게 요청한 한동훈 대표를 패륜자로, 그리고 배신자로 낙인찍었다”고 덧붙였다.
박정훈 의원은 “‘국민이 놀랄 변화’를 약속하고도 지키지 못한 김용태 비대위는 즉시 해체하고 대선판을 협잡으로 만들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며 “하루 빨리 새 원내지도부를 꾸려 우리 당의 진로를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경원 “니탓 내탓 하면 내란몰이 프레임 갇혀”
5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열릴 예정인 당 의원총회에선 새 지도부를 선출할지, 비대위 체제를 연장할지 등을 놓고 계파 간 입장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옛 친윤계도 쇄신과 환골탈퇴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행정부와 입법권을 모두 쥔 막강한 이재명정부에 대한 ‘대여 투쟁’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이 경우 ‘힘을 모아 단일대오를 형성하자’, 즉 과거 잘못에 대한 시시비비 논쟁으로 분열을 일으키지 말자는 통합파와, ‘시시비비를 따져 쇄신하자’, 즉 책임 있는 자들은 다 물러나라는 쇄신파가 충돌하는 게 패배 정당의 일반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면 당내 권력 투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민주당이 대법관 증원을 현실화 하면) 증원한 대법관은 이재명 민주당의 대법관이고, 14명의 대법관이 30명이 되면서 대법원, 사법부는 민주당의 사법부로 전락한다”며 “그런데 우리는 또 끝없는 과거 이야기로 니탓 내탓 하다 보면 그들의 이런 사법 장악에 눈 뜨고 당하면서 내란몰이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위헌정당으로 해산시키다는 그들 이야기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야당이 할 제일 소명이 무엇인가. 무소불위 권력 견제를 잘 해서 국민 삶을 지키는 일이다. 그 소명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당 체질 개선의 출발점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현 의원은 “무엇이든 다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처절한 환골탈태의 혁신을 해야 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은 이제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악법을 밀어붙이고 보수궤멸을 통한 50년 장기집권을 획책할 것인데, 야당으로서 하루 빨리 전열을 정비해 독재를 막아내기 위한 싸움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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