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경기 공무원, 李 재직시 회고
“첫 시장·도지사 출신…일처리 꼼꼼”
일부 주민 대장동 의혹 등 우려도
고향 안동 출구조사 결과에 탄성
지역구 인천 계양주민도 일제 환호
“살기 좋은 대한민국 만들어 주길”
“최초의 시장·도지사 출신 대통령에 거는 기대가 남다릅니다. 시민을 향한 애민정신을 봤는데, 이제 국민을 위해 봉사할 기회가 왔으니 승부를 걸 겁니다.”
성남시 등 경기도에서 잇따라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을 모셨던 50대 공무원은 3일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이처럼 표현했다. 그는 “급식·교복·산후조리원의 3대 무상복지와 기본소득, 지역화폐 활성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계곡정비와 제설작업까지 작은 일부터 신속히 해치우며 실적을 쌓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회고했다.

‘유능한 행정가’ 이미지가 강한 이 당선인은 2010∼2018년 ‘정치적 고향’인 성남시에서 시장으로 재직할 당시를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는 “민원처리는 공무원들이 해야 할 사명”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경기도와 성남시 공무원들은 기대감과 함께 우려를 나타냈다. 실·국장급 인사들은 이 지사 당시 과장으로 함께 일했던 때를 떠올리며 “중앙 공무원들은 앞으로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업무방식 때문이다. 한 실장급 관료는 “꼼꼼한 일 처리는 강점이지만 공무원들에 대한 태도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공공기관의 경기북부 이전을 결정했을 때 ‘싫으면 직원이 나가면 된다’는 식으로 얘기하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한 국장급 인사도 “실무보고는 팀장과 비서들이 주로 했고, 국장급 이상은 호출하면 보고했다”며 “한 번도 이 당선인에게 보고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청 노조 관계자는 “다주택자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는 제도는 아직 남아 있는데 일괄 적용 때문에 직원들이 불만”이라면서도 “도지사와 대통령은 다르기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 역시 이 당선인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다. 이 당선인이 시장·도지사 시절 거주했던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의 50대 주민 강모씨는 “우리 동네 출신 대통령이 나왔으니 기쁘다”며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사업이 지난 정부에 이어 무리 없이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남시 중원구 원도심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여러 정치적 고비를 넘겼던 이 당선인이 진솔한 연설을 하던 때를 기억한다”며 “대통령으로서 정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성남 서현역에서 만난 20대 대학생은 “아직 대장동 의혹 등이 풀리지 않아 ‘공정’이라는 측면에선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의 정치적 행보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는 성남지역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백승우 공공의료 성남시민행동 공동대표는 “이 당선인이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 추진을 되돌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어제 성남 야탑동을 방문했을 때 성남시의료원 설립을 추진하다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시절을 떠올리며 지방의료원이 공공의료를 실현하면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이 태어난 경북 안동시 예산면 도촌리의 경로당에선 이날 오후 8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곳에서 만난 70대 김모씨는 이 당선인을 ‘총명한 아이’로 기억했다. 김씨는 “지금도 이 당선인이 일년에 두 차례 성묘하러 고향마을을 찾는다”며 “그때마다 경로당에 들러 어른에게 인사하고 간다”고 전했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오늘 아침 일찍 보행전동기를 타고 4㎞ 떨어진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왔다”며 “새 대통령이 좌우 진영으로 갈라진 나라를 하나로 만들면 좋겠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이 당선인의 국회의원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 주민들도 일제히 환호했다. 계양구 용종동의 한 주민은 “인천에서, 그것도 계양에서 국정 책임자가 나온 만큼 혼란을 수습하고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거주하는 귤현동에서 만난 70대 노인도 “가끔 아파트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곤 했다”며 “불편한 점은 없는지 세심하게 귀 기울이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전했다.
이 당선인이 중앙정치에 집중하느라 지역구에 소홀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계산동의 한 주민은 “이 당선인은 유세 현장마다 (제가) 인천 출신인데,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제가 사는 동네를 더 잘 챙기지 않겠느냐며 지지를 호소했다. 굳게 공언한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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