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2047년까지 551조원 투입해
상선 1000척에 유조선 확대 계획
조선업 순위 세계 5위 부상 목표
反中정서 강해 韓 반사이익 전망
국내 빅3 조선사 등 러브콜 받아
일각 “구체 논의 진행 안 된 상황
장기적 관점서 천천히 접근해야”
미국에 이어 인도까지 자국 조선업 확대 기치를 내세움에 따라 K조선업의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미국과 인도 모두 반중 정서가 강하기 때문에 자국 내 조선업 확대를 위해 K조선업의 유일한 대항마인 중국 조선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아직 인도와 한국 정부 간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으며, 미국처럼 자국 이익을 위해 언제든지 중국과 협력할 수 있기 때문에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3일 조선업계과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자국을 주요 글로벌 조선 허브로 만들려는 비전을 발표 후 한국 조선소와의 협력, 투자를 모색 중이다.
특히 ‘마리타임 암릿 칼 비전 2047(Maritime Amrit Kaal Vision 2047)’ 정책에 따르면 인도는 현재 세계 20위인 조선업 순위를 2030년까지 10위, 2047년까지 5위권 안으로 올릴 계획이다. 또한 현재 1500여척 규모의 상선을 2047년까지 2500척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도 정부는 4000억달러(약 551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100억달러를 들여 현재 5%에 불과한 자국산 유조선 비중을 2030년에 7%, 2047년에 69%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다만 인도는 현재 28개의 조선소가 주로 중소형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고부가가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이나 컨테이너선 건조를 위한 인프라와 기술이 아직 부족하다. 이에 인도 정부는 한국과 일본, 중국 조선업계와 협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12월 인도 항만해운수로부 차관과 인도 최대 국영 코친조선소 대표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한화오션을 시작으로 삼성중공업과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한 바 있다. 인도 조선업계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은 건 2015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 방한 이후 처음이다. 앞서 이들은 일본의 미쓰비시와 미쓰이 등도 방문했다.
더불어 최근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인도 국영 석유천연가스공사(ONGC)가 5억달러 규모의 초대형에탄운반선(VLEC) 3척 신규 건조 발주를 위해 아시아 주요 해운사들과 협상에 들어갔다. 인도 최대 국영 선사인 인도해운공사(SCI)도 10억달러 규모의 신조선 발주를 위해 한국 및 중국 조선소들과 접촉 중이다.

이에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이 인도의 조선업 확대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이코노믹 타임스 등 인도 현지 언론들은 HD현대중공업이 타밀나두주 투투쿠디 지역에 들어설 조선클러스터 설립 청사진을 공유받고 현지 조선소들과 협력해 합작 조선소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삼성중공업은 2007년 인도 현지에 설립한 삼성중공업 인디아 설계 법인을 통해 삼성중공업의 글로벌 해양플랜트 및 선박 설계를 진행 중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인도 정부가 조선업 재건 및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밝히면서 한국 조선업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대해 다양하게 검토를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도가 인건비가 싸다는 점에서 강점은 있지만, 습하고 건조한 기후와 국민성 등에서 한국과 차이가 있어서 현지 조선소 설립에 대해선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천천히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미국처럼 경제적 이익 등을 위해 반중 정서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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