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김용균씨 숨진 일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6년 전 같은 곳에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의 어머니는 유족들을 찾아 “하청 노동자의 죽음이 절대로 잊히면 안 된다고”고 호소했다.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충남 태안경찰서는 전날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로 중 숨진 김충현(50)씨 소속 업체 한국파워오엔엠 대표이자 현장 소장인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한국파워오엔엠은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의 2차 하청업체다.
경찰은 A씨에게 사고 당일 작업 현황, 작업물 개요, 원청 측의 작업지시 여부, 근무 형태 등 근무 전반에 관해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현장 안전관리자로, 사고를 직접 경찰에 신고한 인물이다.
김씨는 2일 오후 2시30분쯤 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 태안화력사업소 기계공작실에서 작업 도중 숨졌다.
사고 당시 김씨는 1층에서 혼자 작업하고 있었고, A씨는 2층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계에는 긴급상황에서 전원을 강제로 차단하는 비상 스위치도 있었지만, 혼자 작업했던 김씨는 이를 사용할 수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평소 금속물을 절삭 가공해 부품으로 만드는 공작기계를 다뤘으며 사고 당시 정비에 사용하는 길이 40㎝가량, 지름 7∼8㎝ 쇠막대를 가공 중이었다.
경찰은 사고 현장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는 한편 김씨가 만들려던 공작물 도안이 그려진 스케치와 실제 공작물, 개인 장비 등을 수거해 분석 중이다. 설비와 작업일지, 작업자 배치 등도 면밀하게 살필 방침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입건한 사람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김씨의 시신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며 부검은 이르면 4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태안화력발전소는 2018년 12월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였던 24살 김용균씨가 석탄 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곳이다.
김용균씨가 숨진 이후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며 노동 운동을 해온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김충현씨 빈소를 찾아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김미숙씨는 “유족들이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지지가 유족들이 버틸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용균이처럼 황망하게 죽은 하청 노동자와 유족을 돕기 위해 재단(김용균재단)을 설립했다”며 “그냥 ‘누가 또 죽었구나’ 하는 식으로 지나치고 쉽게 잊히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