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오전. 투표소로 변신한 부산 수영구 남천동 한 레슬링 체육관에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유권자들이 평균 30분을 기다려 체육관에 입장하면 투표소 치곤 이색적인 모습이 펼쳐졌다.

레슬링 동호인들이 평소 땀을 흘리며 힘겨루기하던 바닥 위에 기표소가 설치돼 있고 벽면에는 각종 레슬링 관련 물품과 사진 등이 전시돼 있었다.
기표소 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적힌 글귀는 오랜 기간 고민 끝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들의 결연한 마음을 표현하는 듯했다.
투표함 뒤 빨간색과 파란색의 레슬링 슈트를 입은 두 선수가 뒤엉켜 힘겨루기하는 그림은 선거기간 서로를 비난하며 힘겨루기에만 몰두했던 여야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유권자의 소중한 한표가 더해지면서 스포츠 정신을 발휘해 서로 살을 맞대며 화합하는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곳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유권자 정모(44)씨는 "며칠을 고민하고 30분간 길게 줄을 서 투표를 마쳤다"며 "선거기간 심해졌던 갈등을 잘 치유하고 대한민국을 화합으로 이끌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남천 제2동 제3투표소인 이곳은 과거 검도장일 때부터 투표소로 활용되던 곳이다.
몇 년 전 새 주인을 만나 레슬링장으로 업종이 변경됐지만 여전히 투표소로 활용되고 있다.
레슬링장 관계자는 "구청 직원들이 '위치가 바뀌면 어르신들이 헷갈리실 수 있다'고 하더라"며 "(영업에 지장이 있지만) 이번 대선이 보통 대선이 아니다 보니 국민 된 도리로 참여를 안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는 레슬링장, 씨름장, 갤러리, 웨딩홀 등 이색적인 투표소가 있다.
이색 투표소는 업주가 온종일 영업을 포기해야 하고 투표소로 활용되기에는 다소 생뚱맞다는 지적도 있어 과거에 비해 숫자가 많이 줄었지만 마땅한 대체 투표소를 찾기 힘든 곳은 각종 선거 때마다 꾸준하게 투표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부산진구청 백양 갤러리에 마련된 부암1동 제4투표소에도 유권자 발길이 이른 아침부터 이어졌다.
이곳은 유권자들이 몰려 한때 50m가 넘는 긴 줄이 형성되기도 했다.
이동 보조기구에 의지해 30여분을 기다린 뒤 투표한 김모(83)씨는 "몸이 불편해 투표소까지 오기도 많이 힘들었지만 갈등이 심해지는 대한민국을 위해 투표하러 왔다"며 "누가 당선되든 국민들을 하나로 뭉쳐 줄 지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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