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서 작품·대중성 호평
한발 앞선 해외 협업 전략에 성과
내주 ‘토니상’ 수상 여부 관심 촉각
우리나라 대학로에서 탄생한 K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드라마 데스크상을 싹쓸이했다. 8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되는 무대예술분야 최고 권위의 토니상 석권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미국 뉴욕대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린 2025 드라마 데스크상 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은 후보작에 오른 9개 부문 중 △작품상 △연출상 △음악상 △작사상 △극본상 △무대디자인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했다. 현지 매체는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 후보로 지명된 이 뮤지컬은 혁신적인 스토리텔링과 감정적 공감으로 널리 호평을 받았다” 등으로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1955년 출범한 드라마 데스크상은 브로드웨이와 오프 브로드웨이,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 작품까지 두루 다루는 미국 공연계 권위 있는 시상식이다. 특히 다음주로 예정된 토니상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이 작품은 윌 애런슨 작곡·박천휴 극작으로 미래 서울에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서로 사랑을 느끼며 겪는 쓸쓸하면서도 감동적인 독특한 사랑 이야기다.
2016년 국내 초연 후 인기에 힘입어 여러 차례 재공연되다 지난해 11월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개막하며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뮤지컬 본고장에서도 작품성과 대중성에서 모두 호평받으며 흥행 행진을 한 끝에 미국 주요 시상식을 섭렵하는 중이다.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리는 토니상 시상식에서 수상에 성공하면 2020년 영화 ‘기생충’의 우리나라 첫 아카데미상 수상에 비견할 쾌거다. 드라마 데스크상 석권으로 토니상 수상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미국 진출 경로는 여러모로 K뮤지컬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해주는 사례다. 작품의 보편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스토리, 탄탄한 음악과 연출, 그리고 한발 앞선 해외 협업 전략이 맞아떨어져 성과를 거뒀다. 예술창작 지원에 지속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해온 우란문화재단 기획으로 만들어졌다. 우란문화재단은 다시 이 작품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 2016년 미국 뉴욕에서 낭독회 형식의 ‘어쩌면 해피엔딩’ 쇼케이스를 열었다. 토니상을 여덟 번이나 받은 브로드웨이 제작자 제프리 리처즈가 이를 보고 미국 진출을 견인했다.
여러 작품을 함께 대학로에서 만들어온 윌 애런슨·박천휴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작품, 거기에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 공연의 개막 자체를 우려하는 업계의 목소리도 컸고 홍보비가 부족해 처음엔 티켓이 거의 팔리지 않은 채로 개막해야 했다”고 개막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직접 공연을 본 관객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 질주를 시작했다.
2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2025 K-뮤지컬국제마켓’ 개막 콘퍼런스에 참석한 미국 콩코드 씨어트리컬의 션 패트릭 플라하반 최고 책임자(CEO)는 “‘어쩌면 해피엔딩’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본 뒤 든 생각은 공상과학의 설정이지만 구체적인 스토리에 관객 모두에게 잘 다가가는 주제가 담겨 있다는 것이었다”며 “한국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보편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잠재력이 있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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