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한미군 역할 변화’ 압박 관측
방위비분담금과 함께 부담 커질 듯
빅터 차 “美국방, 감축 심각 검토 중
정책 전환 北 오판 부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억제를 강조하면서 북한 위협에 초점을 맞춘 주한미군도 규모·형태·개념 등이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 우려가 커지면서 6·3 대선 이후 출범할 새 정부의 최대 외교안보 의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군 안팎에선 주한미군 재조정 문제가 미국에서 이미 검토 대상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한·미 국방부는 부인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한미군 2만8500명 가운데 4500명을 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주한미군을 동북아시아의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에 투입하는 ‘전략적 유연성’이다. 주한미군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북한 위협에서 한국을 지키기 위해 주둔해왔으나,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국과 인접한 서해안에 배치된 주한 미7공군은 대만 사태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위치나 능력을 고려하면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에 최적”이라는 관측이 군 안팎에서 제기되는 대목이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 일부가 한반도 밖으로 옮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한미군 주력은 미8군과 2사단 등으로 구성된 2만여명의 지상군이다.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한·미가 합의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만 사태가 발생했을 때, 미국이 신속하게 지상군을 전개하려면 미 육·해·공군 기지가 모여 있고 중국과 가까운 괌에 배치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지상군 일부를 괌으로 옮긴 뒤 부대 편제와 장비를 보강해서 다양한 작전이 가능한 기동부대로 개편한다면, 중국 견제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북한과 대화 의지를 밝혀 온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대북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그는 1기 집권 당시 북한과 대화 흐름 속에 1차 북·미 정상회담 뒤 한·미 연합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한 바 있다. 일각에선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한국이 극히 민감해하는 ‘주한미군 감축 검토’ 카드를 꺼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역내 동맹국들에게 국방비 증액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한국 국방예산의 대폭 인상까지 거론한다면, 3일 출범할 차기 정부는 상당한 부담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한미군 감축이 북한의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CSIS 유튜브 채널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올린 분석 동영상에서 미 정부의 주한미군 4500명 감축 검토 언론 보도에 대해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우리는 미 국방부와 군에서 심각하게 검토 중인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반도에 대한 문제보다는 대만 위기 대응으로 대부분 군사력의 초점을 맞추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전환은 북한에 좀 더 자신감을 갖게 할 수 있고 오판을 이끌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행정부 1기와 2기 첫 100일 동안 북한의 도발이 과거 다른 어떤 미국 행정부보다 더 많았다면서 “이는 경고의 메시지이며, 주한미군 감축이 (한반도) 방어 능력을 약화시키지 않을 수 있지만, 북한이 과거보다 더 적대적이고 도발적인 상황에서 억제 신호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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