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던 김아림(30·메디힐)은 ‘대형 사고’를 쳤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비회원이던 그는 행운의 출전권을 얻어 최고 권위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에서 출전했는데 깜짝 우승을 거둬 세계 골프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당시 세계랭킹 94위에 불과하던 김아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역 예선을 치르지 못한 미국골프협회(USGA)가 대회 출전 자격을 확대하면서 뜻밖의 출전 기회를 잡았는데 우승까지 일군 것이다.

US여자오픈 우승 덕분에 미국 무대에 직행한 장타자 김아림이 제80회 US여자오픈(총상금 1200만달러) 첫날 공동선두에 올라 5년 만에 이 대회 정상을 향한 힘찬 시동을 걸었다. 김아림은 30일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의 에린힐스 골프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타를 줄였다. 김아림은 임진희(27·안강건설), 미국교포 노예림(24·대방건설), 에인절 인(미국), 신인상 레이스 1위 다케다 리오(22·일본)와 공동 선두에 올랐다.
KLPGA 투어에서 최장타자로 군림했던 김아림은 LPGA 투어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지난해 롯데오픈에서 우승하면서 투어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특히 지난 2월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3승을 거두며 이번 시즌 절정의 샷감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277.84야드(10위)를 기록할 정도로 장타가 주무기인 김아림은 이날도 장타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코스를 공략했다. 이날 평균 비거리는 264.6야드(7위)를 기록했고 그린 적중률도 83%를 기록할 정도로 아이언샷이 정확했다. 또 그린적중시 평균 퍼트수는 1.6개를 기록할 정도로 퍼트감도 좋았다.
김아림은 경기 뒤 “US여자오픈이 대회 중에 가장 어렵고 힘들다. 여기서 우승해야 진정한 챔피언이다. 티샷, 아이언, 퍼트를 다 잘해야 한다”며 “이 코스는 장타를 치면 페어웨이에서 굉장히 유리하다. 첫날 잘 쳤지만 이제 시작이고 남은 사흘은 더 나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우승 욕심을 드러냈다.

지난해 사이고 마오(23·일본)에게 간발의 차이로 신인왕을 내줬던 임진희는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잡아내는 깔끔한 경기를 펼쳤다. 임진희는 2023년 KLPGA 투어 다승왕(4승)에 오른 뒤 퀼리파잉 스쿨을 거쳐 LPGA 투어에 데뷔했다. 임진희는 “지난해 처음 US여자오픈에서 매일 18번 홀에서 보기를 했는데 왜 항상 같은 홀에서 타수를 잃었는지 고민하고 연구했다. 홀마다 다르게 공략하는 요령이 생겼다”고 소개했다.
장타를 앞세워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돌격대장’ 황유민(22·롯데)은 세타를 줄여 1타차 공동 7위에 올랐다. 10번 홀에서 경기를 시작한 황유민은 14번 홀(파5)에서 275야드가 날아가는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군 뒤 203야드 거리에서 홀 4m 옆에 붙여 이글을 잡아냈다. 황유민은 1번 홀(파5) 보기가 아쉬웠지만 3번(파4), 7번 홀(파4)에서 버디를 보태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세계랭킹(5위)이 높은 유해란(24·다올금융그룹)은 3타를 잃으며 공동 89위로 떨어졌다.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27·미국)는 이븐파를 기록하며 공동 34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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