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전력이 재배치된다면 그것은 한국을 보다 잘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결정된 것일 겁니다. 북한에 대한 한국의 방위를 지원하는 데에는 어떤 악영향도 없을 거라 봅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29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중 외교부 출입기자단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최근 한·미 동맹 관련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인 주한미군의 전략적 재배치에 대한 질문에 해리스 전 대사는 “가정적이라는 전제 하에 의견을 드린다”며 “70여년 이어진 한·미 조약에 기반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재편은 어떤 측면에서든 한국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방향으로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25년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국들이 직면한 과제는 개별적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며 “대만, 북한, 중국, 러시아 등과 연관된 모든 문제를 전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동맹의 자주적인 국방 분담을 강조해왔다. 이런 기조로 볼 때 지금의 미국은 한국의 전시작전권 환수를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보는지에 대해 해리스 전 대사는 “2018년 양국이 조건부 환수에 합의해 30개 정도 기준을 만족하면 전작권이 전환되는 것으로 합의했다”며 “2025년 지금 모든 기준을 달성한 건 아니며, 그때까지는 현상 유지하며 지금처럼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는 전작권 환수 재추진 방침을 공약화했고, 최근 수년간 꾸준히 이를 언급해왔다. 해리스 전 대사는 “동맹국이 자국의 방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며, 동맹국 간에 서로 도울 의무가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와는 다소 상황이 다른 지금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제시할 카드에 대해 해리스 전 대사는 “협상할 것이 워낙 많아 카드로 쓰일 인센티브들은 충분히 있다”면서도 “그 카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알더라도 제가 말할 입장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는 전통적인 대통령이 아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3번이나 협상 테이블에 부른 이력이 있다”며 “다시 회담을 할지는 미지수지만 북한 주민에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것이 결국 북한을 불러낼 인센티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전 대사에 따르면 미국의 군사적 목표는 중국이며, 유럽에서 인태 지역으로 초점이 변화했음이 분명해 보인다. 미국이 양자 방위조약을 맺은 것도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 대만 등 모두 인태 국가들이다.
다만 여기서 일본이 지역 내 패권을 과도하게 키우는 것에 대한 한국의 우려 여론에 대해 그는 “일본은 패권 경쟁에 동참하려 하고 있지는 않다”고 부인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진짜 패권을 추구하고 있는 건 일본이 아닌 중국”이라며 “동아시아를 넘어 더 큰 아시아, 그 이상을 노리는 중국이야말로 우려의 대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전날 세션에서도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행하고 있는 조치에 대해 엄중히 봐야 한다는 경고를 전한 바 있는데, 이날도 “(중국의 PMZ에서의 행동이) 심각하지 않다고 하는 의견은 굉장히 순진한 것”이라며 “중국이 이곳에 항해금지를 선포하고, 구조물을 구축한 것은 명백한 합의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다가올 한국의 대선 관련 질문에는 “발언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많은 일이 있었음에도 민주적 절차로 선거를 치르게 된 것은 한국 민주주의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우회적으로 답변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두 차례나 “다음 주 화요일(6월3일), 한국에 일어날 일에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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