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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韓·아세안 연대로 불확실성 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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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29 23:04:21 수정 : 2025-05-29 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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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美·中 갈등 충격 흡수할
전략적 완충지이자 성장지대
아세안 정상, 10월 에이펙 방한
韓, 동반성장 의지 보여줄 기회

분열이냐 연대냐. 세계 질서가 선택의 기로에 선 지금,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은 ‘2045 비전’을 발표하며 답을 내놓았다. 아세안 2045 비전의 핵심은 ‘함께 잘살자’는 공동체적 사고다. 아세안은 2015년 공동체를 출범시킨 이후, 2025년까지의 통합 목표를 착실히 이행해 왔다. 미얀마 사태와 같은 구조적 위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세계가 가장 분열된 시기에 오히려 통합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보기 드문 사례다.

현재 아세안은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미 무역흑자가 큰 동남아 국가들을 겨냥해 최대 49%에 이르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수출 주도형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산 제품이 아세안 주요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되는 흐름이 강화되자, 미 의회는 이를 차단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 개정안을 심의 중이다. 제3국 경유 제품까지 고율 관세 부과 대상으로 삼는 이 법안은 사실상 아세안을 주 타깃으로 삼은 이중 단속의 성격을 띤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부소장

이 같은 보호주의적 흐름 속에서 아세안은 오히려 포용성과 개방성을 앞세워 대응하고 있다. 지난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46차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쿠알라룸푸르 선언: 아세안 2045, 우리의 공동 미래(Kuala Lumpur Declaration on ASEAN 2045: Our Shared Future)’가 채택되었다. 선언문은 아세안을 “글로벌 성장의 중심축이자 포용적 경제 공동체”로 규정하며, 디지털·녹색경제, 공급망 연계, 사회적 연대, 청년 협력, 기후 대응 등 15개 분야에 걸친 세부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다자주의 회복, 지역 경제 회복력, 지속 가능한 투자환경 조성 등이 핵심 과제로 부각되었으며 대외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도 강조하였다. 실제로 아세안은 2년간 끌어오던 중국과의 FTA 개선 협상(China-ASEAN Free Trade Area 3.0)을 지난 21일 최종 타결하였고, 27일에는 ‘아세안·걸프협력회의(GCC)·중국’ 3자 정상회의도 개최하였다.

아직 미·중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아세안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아세안은 현재 한국의 3위 무역 대상이다.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조립, 생산 후 제3국에 수출하는 중간 경유지 정도로 여긴다면, 적어도 트럼프 2기에서 아세안의 매력도는 반감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긴 호흡으로 접근한다면 아세안은 미·중 충돌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전략적 완충지대이자 성장지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전환, 친환경 경제, 탄소중립 기술 등 성장하는 아세안의 미래산업이 갖고 있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들 신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민관 협력 플랫폼을 조속히 정비하고, 아세안과의 지속 가능한 동반성장을 위해 필요한 법제도, 인력교류, 금융플랫폼 기반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고도화, 스마트시티·모빌리티 연계 협력 그리고 디지털 무역협정 추진 등은 이러한 기반을 구체화하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의장국인 한국은 10월 말 에이펙 정상회의를 주최한다. 이 회의에는 에이펙 회원국인 아세안 7개국 정상들과 함께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도 방한할 예정이다. 한국이 아세안에 대한 일관된 우호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줄 중요한 기회다. 이어서 개최되는 말레이시아 아세안 정상회의에는 공동 미래를 설계하는 책임 있는 파트너로서 참여해야 한다. 연속되는 두 외교 무대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한국 외교의 존재감과 진정성을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은 ‘한·아세안 2045 공동구상’을 공식화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 이벤트에 그치는 정상외교를 넘어 공급망·기술·규범·인적교류까지 포괄하는 구조적 전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의 2045 비전에 한국 역시 2045년의 미래를 스스로 상상하고 긴 호흡과 명확한 비전으로 응답해야 할 것이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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