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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가장 역겨운 TV 토론… 정치혐오 불러오지 않게 토론 방식 개선해야” [6·3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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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28 18:55:00 수정 : 2025-05-28 22: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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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없는 네거티브 공세에 비판 거세
“사회자 권한 강화·일대일 토론” 제언
“최악의 대선 TV 토론이었다.”

 

6·3 대선을 앞두고 진행된 세 차례의 TV 토론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탄핵으로 펼쳐진 조기대선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도 후보들이 정책에 대해서는 토론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네거티브 공세에만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TV 토론 수준에 대한 비판은 2012년에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 “당신을 떨어뜨리려고 나왔다”고 발언하는 등 공세를 가하면서 “토론회의 격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민주노동당 권영국·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번에는 3차 토론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여성의 신체 관련해 도 넘는 발언을 하며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저급한 토론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준석 후보의 성폭력적 발언은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을 넘어 토론을 시청 중이던 국민을 대상으로 불쾌감과 모욕감을 줬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장면이 앞으로 되풀이되지 않도록 토론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8일 통화에서 “역대 가장 역겨운 대선 TV 토론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준석 후보의 발언을 두고 “TV 토론은 민주주의의 공론장인데, 온 가족이 보는 TV 토론에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준석 후보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토론 주제와 관련 없는 서로의 과거 행적을 끌어와 비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평론가는 “우리 정치가 진영대결이 강해서 후보들이 토론 주제에 맞는 내용을 말하기보다 상대 후보를 공격해 지지층을 만족시킬 방법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저급한 토론이 유권자들에게 정치혐오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 교수는 “토론은 어느 나라든 네거티브전이 나올 수밖에 없다. 1960년대부터 TV 토론을 시작한 미국도 네거티브 일색”이라면서도 “어제 이준석 후보의 발언처럼 도 넘은 발언은 정치혐오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23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 토론회 중계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TV 토론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자 역할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상병 평론가는 “사회자의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자가 시간 제한만 하는 게 아니라, 토론 주제와 관련없는 이야기가 나오면 제재하고 발언권을 빼앗는 등 페널티가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후보자들이 긴장하고 발언에 주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토론 형식을 후보자들의 일대일 토론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지금은 제한된 시간에 여러 명이 토론을 하니 후보의 제대로 된 생각을 들을 수 없다”면서 “후보자들이 일대일 방식으로 여러 번 토론하면 네거티브로 흘러가는 것을 막고 유권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다”고 제언했다.

 

토론 시점을 변경하는 것도 네거티브 공세를 줄일 수 있는 방편으로 거론된다. 신율 교수는 “TV 토론이 대부분 선거 2주 전에 실시되는데, 통상 정당이 네거티브를 시작하는 시점도 선거 2주 전부터다”라고 말했다. 상대방에게 변명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주장을 충분히 펼치기에 2주가 적당하기 때문이다. TV 토론을 그보다 앞당겨 후보자들 간 네거티브 공세가 약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희연·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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